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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하던 날,

오늘 나는

by 우람별(논강) 2016. 9. 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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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추석을 앞두고 예초기를 차에 싣고 길을 나섰다.

제천의 조부모님 산소를 제일 먼저 찾아 벌초를 하고, 엄정 향림, 강현의 조상묘를 차례대로 찾으면 된다.


아버지와 함께 탁사정 뒤의 조부모 산소를 벌초를 막 끝내고 있을 때, 서준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상보다 먼저 도착해서 엄정면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둘러 엄정으로 갔다.


엄정, 강현의 벌초까지 모두 끝내고 목계의 나루터를 내려다 보는 눈맛이 좋다. 지금은 다리가 놓였지만

옛날에는 다리가 없어 목선을 이용해서 버스와 트럭 등을 실어나르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긴 다리가 위 아래 이중으로 된 것 같지만 실제로 멀리 있는 것은 고속도로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국도다.


강변횟집에서 매운탕(빠가사리+메기) 5인분을 시켜놓고 주변의 텃밭을 둘러보며 사진에 담았다.


다래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우리 삼형제는 우애가 좋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늘 평화롭다.

막내는 오늘 점심과 저녁 식사비를 내고, 둘째는 오늘 저녁 숙박비와 내일 아침 식사를 해결하겠단다.

그럼 나는? 제수용품과 돗자리, 부모님 유택 벌초비용 등을 내기로 했으니 셋 다 골고루 비용이 들 것이다.

벌초하는 당일 오후 늦게까지 병원 근무를 해야 해서 벌초에 참여하지 못했던 둘째가 제일 편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누가 손해고 누가 이익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형제들의 자존감이 허락지 않는다.


가운데 계신 우리 외삼촌, 딸(선빈)의 결혼식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다.



다음 날 아침 동료와의 약속 때문에, 막내는 하룻밤을 함께하지 못하고 저녁 늦게라도 귀가해야 했다.

밤 10시경 동생을 먼저 보내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목계버스정류장 평상에 앉아 입가심 맥주 몇 병을 마셨다.



목계 직행버스정류장 안에서 뒤의 버스요금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장 남겼다.


다음 날 아침, 목계장터 주변의 식당에 들러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아버지께서는 전날의 무리한 노동(벌초)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두통이 심해져서 힘들다고 하신다. ,

'괜찮아야 할 텐데'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그 식당 안에 있는 수석 몇 점이 눈에 띄어 사진에 담았다.




전날의 그 직행버스매표소 앞에서 외삼촌과 둘째가 포즈를 잡았다.


외삼촌과 나는 네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친구 같은 사이다.

재치가 넘치고 인간적이어서 우리 부모형제, 이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우리 형제, 객관적으로 보면 동생의 인물이 나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잘생기고 오똑한 코, 우람한 체격, 미성의 매력적인 목소리,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많이 가졌다.

내 동생의 훌륭함을 이야기해 줄라치면 '동생보다 못한 형은 없는 법'이라면서 동생은 겸손해 한다.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더 훌륭해 보이는 것이다. 흐뭇하다. 그저 만나면 좋은 사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이제 외조부모님께서 잠들어 계신 소태면의 묘소를 찾아가야 한다.  




외갓집이 있던 곳에 들렀더니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만이 풀 속에 외롭다.


장차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잠드시게 될 유택, 잔디를 심어놓았지만 그 사이로 풀이 무성하다.

아무래도 벌초를 대행해야 할 것 같다. 외삼촌 친구분(영진 아재)한테 부탁해서 하기로 했다.


부모님의 유택 곁에 자라는 소나무 세 그루


벌초하고 선산 열호재에 도착하자마자 배추 모종 한 판(10,000원)을 시장에 가서 사다가 텃밭에 모두 심었다.


아랫집에 사는 김정래씨가 최근에 넓힌 마당에 잔디를 잔뜩 사다가 심었고

많이 남았다면서 가져가 쓰라고 해서 리어카에 가득 실어서 서너 차례 옮겼다.

낮의 햇볕이 너무 강렬하여 잔디 심는 것은 다음날 아침 일찍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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