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내는 아들과 함께 구미 형곡동에 카페 사업을 시작한 이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꼼짝 못하고 매이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요일만큼은 자유롭고 싶어 나에게 함께 여행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주는 어디로 갈까? 젖갈정식 먹으로 강경으로 갈까? 너무 멀어 힘들겠지?'
메기매운탕 먹으러 안동댐 별미매운탕집으로 가는게 더 좋겠어. 좋아 가자.
오늘 따라 동악골별미가든의 매운탕맛은 평소보다 못했다.
아내도 먹고싶던 매운탕이었다고는 하지만 얼마 들지 못하고 숟가락을 놓았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촤악 가라앉고 있다. 말도 점점 없어지고.....
아침부터 열호재의 아버지로부터 황당한 꾸중을 듣고난 뒤의 찜찜함이
종일토록 따라다니며 여행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돌아가는 길은 무작정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리저리 헤매다 풍산, 의성의 신평, 안평, 안계, 단밀을 거쳐
구미 해평으로 오는 길을 택했다. 풍산에는 '체화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해평에는 얼마 전 티비에 방영되었던 '쌍암종택'이 있다.
안동에서 풍산으로 접어드는 초입에 위치한 체화정(棣華亭)은 꼿꼿한 선비처럼 앵두나무를 품고 서 있었다.
현판의 제목으로 봐서는 적어도 그래야 했다. 산앵두나무 '체'자, 화려할 '화'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체화정 현판 바로 밑, '담락재(湛樂齋)'라는 글씨는 바로 단원(檀園) 김홍도가 쓴 글씨라고 한다.
단원이 2년 5개월의 안기찰방의 임기를 마치고 이곳에 들러 써준 현판 글씨인 것이다.
'담담하게 즐기는 서재'라는 뜻에 걸맞게 아주 담박하고 정갈한 글씨로 씌어졌다.
체화정(棣華亭)은 예안 이씨 의장공파의 이민적(1663~1744)이 지은 것으로 그의 조카
이한오(1719~1793)가 노모를 모시고 효도한 곳이고, 훗날 순조가 효자 정려(旌閭)를 내린 명소이다.
연못가에 세워진 이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팔작집인데, 1층은 누각 형식으로 지면에서 띄워
2층 바닥을 이루면서 한 쪽에는 구들을 놓은 온돌방을 한 칸 들여 정자 겸 서재로는 그만인 것 같다.
특히 이 방의 창살문은 그 구성과 무늬가 매우 기발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그 이름을 '담락재'라 한 것이다.
단원은 안기찰방 시절 이곳 체화정에 들러 즐거운 한 때를 가졌던 것을 기념하여 이별의 징표로
담락재 현판을 써 주었단다. 이것이 현재 단원의 유묵으로는 가장 큰 대자(大字) 현판이다.
해당화는 이렇게 시들어 떨어져야 하는 운명을 겪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체화정의 품위는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단원 김홍도가 사랑한 정자의 품안에서는 오늘도 팔뚝만한 잉어가 자유롭게 물 속을 오가면서 뜨거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체화정 앞 도로가에 벽화가 여러 군데 그려져 있는데, 유독 이 그림에 눈이 간다. 추억 때문이리라.
풍산읍을 거쳐 하회마을에 들르는 것이 여정이겠지만 여러 번 가 보았던 곳이라,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안동군 풍천면과 의성군 신평면을 잇는 지방도를 따라 계속 달리다 보니 마늘이 곳곳에 건조되고 있었다.
역시 '마늘하면 의성'이라더니 곳곳이 마늘투성이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올해 마늘값이 비싸다던데.....
의성군 신평면사무소, 이곳을 지나가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두 사람이 있다.
한 분은 이곳이 고향인 사람이고, 또 한 분은 이곳으로 귀향해서 살고있는 분이다.
조금 더 가서 신평에서 대구 봉양 방면으로 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상주 안계로 접어드는 오른쪽 길로 한참을 가니 구절양장의 포장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지나게 되는 도로 같아서 일단은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덧 단밀(丹密)을 지난다.
구미로 들어서긴 직전, 해평에 쌍암종택이 있는데, 거길 가 보자고 아내가 제안을 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웠으나 마을 안으로 조심스레 접근했다. 쌍암고택은 담장도 높고 매우 넓었다.
1979년에 이미 문화재로 등록이 되어 개축을 했고, 그 과정에서 특유의 고졸함은 사라졌다.
300년은 좋이 된 역사깊은 집에는 전주최씨 종손이 살고 계시는 것 같았다.
종택 사랑채에는 종손께서 거처하면서 내방객들을 맞고 있었다. 동학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쌍암종택 안채는 종손부께서 주로 거처하면서 살림을 하고 계셨다. 자녀분들은 대처로 나가고.....
안채의 대문에서 사랑채를 찍은 사진이다. 뜰앞의 해당화와 앵두나무가 특이했다. '그 나무를 심는 특별한 이유라도?'
쌍암종택 바로 옆에 위치한 '북애고택(北厓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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