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화) 사곡고 2층 시청각실, 2학년 학생 80여 명과 본교 교사 6명 정도가
우희종 교수님의 특별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 주제는 "생명에 대한 예의와 즐거운 삶"
교수님은 강의 시작 20분 전에 학교에 도착, 진로진학상담실로 오셔서 차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특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생 범주와도 처음 인사를 나눴다.
잠시 짬을 내서 기념 사진도 남겨 두었다. 유명한 학자와의 기념 사진, 그거 좋은 것이여!!
저녁 7시 10분이 되자 교수님을 모시고 2층 시청각실로 들어갔다.
2학년 부장님은 특강을 신청한 학생들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고
맨 뒷좌석에는 몇 분의 선생님들이 앉아서 강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특강을 해 주실 우희종 교수님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1981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생명약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과대학 연구원과 하버드대 의과대학 강사, 보스턴대 의과대학 조교수 등을 거쳐
1992년부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에 계십니다.
생명나눔 운동, 환경운동 등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시고,
우리 나라의 잘못된 사회 현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소리높여 비판하는
진보적 지식인이시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로부터 존경받고 계시는 교수님을
오늘 우리 학교에 이렇게 모시게 되어 얼마나 영광스럽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학생들, 끝까지 잘 경청해 주시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우희종 교수님을 환영의 박수로 맞이하도록 하겠습니다."
우희종 교수님의 목소리는 맑고 투명해서 가히 듣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할만 했다.
지나친 아부성 발언일지는 몰라도 내가 듣기에는 그랬다. 젊었을 때는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했을 것이다.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태도가 돋보였고, 사용하는 어휘도 쉽고 분명하여
어려운 말을 듣기 싫어하는 사곡고 학생들을 충분히 배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웠다.
얼마 전 전문직업인 초청 직업교육에서 선뜻 재능기부를 해 주셨던 특수교사 최경례, 양지현 선생님도
진지한 모습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특히 최경례 선생님의 교수님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강의 내용에 심취된 학생들의 모습들, 다소 어려워하는 느낌도 없지 않으나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주는 교수님의 친절한 설명에 만족하는 듯 했다.
150억 년 전에 탄생한 우주의 나이와 우리 나이를 합치면 곧 진정한 우리의 나이가 된다는 사실!!!
우리 인간과 동시대에 함께 호흡하는 모든 생물들과의 인연도 매우 소중하다는 말씀에 동감이다.
함부로 살생을 일삼는 인간들의 잔인함, 잔혹함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기에 깊은 성찰이 필요하리라.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안한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ppt 자료가 인상적이다.
세상은 진실이 아닌, 사실로 이루어져 있고, 사실은 권력(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왜곡된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면? 정치, 자본, 언론 등에 나타나는 사실의 왜곡을
경험해야 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힘이 없으니 무관심하고 침묵해야만 할까?
교수님은 우리들에게 그 무관심과 침묵은 또 다른 '폭력'임을 가르치고 있었다. 감동이다.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란 영화를 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도 있어서 관심이 급상승되었다.
옛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이야기도 간단히 결들이면서..... 한 때 떠들썩했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의 전말이 어떤 것인지 새삼 궁금해지는 시점이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에 반대하여 타올랐던
촛불시위 장면을 보니 당시 MBC에서 방영했던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이 오버랩되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수입 개방 조치로 인해 국민들이 겪어야 할 건강의 위협과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던 당시의 집권세력의 비정함과 몰염치함은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위에 드러난 우리 현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침묵 방관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고 '책임 회피'임을 우희종 교수님은 강조하는 것 같았고
교수님 자신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하여 학자적 양심에 따라
분노섞인 목소리로 저항했던 주인공이었음을,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황우석 사태 당시의 종교인들의 반응을 설명하는 사진 한 장,
스님과 목사님들이 국가에 이익이 될만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위를 하고는 있으나
참으로 덧없고 허망한 행동인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동물에 비해 사람은 무한한 욕망을 지녔다는 것, 그러나 성찰과 감사가 가능한 존재로서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조화로운 상태를 이끌어 낼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 관계 개선을 위한 참여야말로 생명 진화의 미시적 진화의 힘이다.
관계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통해 관계가 단절되거나 왜곡되었을 때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삶을 치열하게 사는 것이 곧 생태적 진화의 바탕이며,
이것은 생물학적 진화를 포함하되 그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진화의 기작(mechanism)이다.
따라서 모든 종교나 철학에서의 비폭력의 가르침은 이러한 생태적 진화의 실상으로부터 나온다.
생명력에 가득 찬 삶이란 주변의 단절되고 왜곡된 관계의 회복을 위해
자신의 몸을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삶이며, 이것이 생명이라는 결론이다.
교수님의 강의는 막바지를 치닫고 있었다. 90분 내외 정도만 해도 될 것이 거의 110분이 다 되어 갔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표현한 말, "욕망은 더 큰 욕망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치유의 대상으로 욕망을 바라보고 있는 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경구가 온갖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들에 대한 따끔한 경고가 되고
그들의 각성과 성찰로까지 연결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110분의 강의가 모두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다. 두 명의 학생과 김선희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교수님은 '참 좋은 질문'이라면서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맨 앞줄 왼쪽에 앉은 학생의 거만한 태도가 교수님의 심기를 거북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길만철 교감 선생님께서 우리 학생들을 위해 참으로 좋은 강의를 해 주신데 대하여
감사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강의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감동의 실례를 들려주기도 했다.
교감 선생님과 교수님, 그리고 몇몇 남학생들!!
김선희, 김우현 선생님도 우희종 교수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하셨다.
김우연 선생님께서는 계속 찍어주기만 하지 말고 이선생도 앞에 가 서라 하시기에 사진기를 맡기고.....
우교수님 강의를 꼭 듣고 싶었다는 최경례, 양지현 선생님
110분에 걸친 강의를 끝내고 교무실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들면서 담소하는 장면,
우희종 교수님은 여기서 20여 분간 머물다가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끝나기 직전에
환한 미소 하나 남겨두고 유유히 교문을 나섰다. 전송하고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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