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군부독재의 칼날이 번득일 당시 분단시대를 사는 젊은 시인들이 모였다.
1984년부터 뜻을 모아 <분단시대>라는 책을 1권~5권까지 출판하기에 이르렀고
도종환, 배창환, 김용락, 김종인, 김재환, 김윤현, 김창규, 정원도, 정대호, 김성장 등이 그 회원들이다.
하늘색 바탕에 하얀 고딕체로 '분단시대'라고 쓴 큰 글씨가 맨 윗부분에 박혀있고,
그리 두껍지 않은, 겉표지는 반들반들하게 코팅이 되어있던 시집 한 권이 생각난다.
본 적은 없지만 판화시집도 냈다고 하는데, 그 어느 것보다 좋았다고 한다.
살기 바빠 한 동안 뜸하다가 언제부턴가 <분단시대>를 출판했던 동인들의 정기모임이 이어졌고,
우연한 기회에 나도 자연스레 중간에 끼어들어 술 한잔 하다 보니 낯선 회원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어제도 남전 형님으로부터 김천 직지사 아랫동네에 모여있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갔다.
그런데, 도종환 시인은 서울행 기차 예약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떠야 했었고,
마침 내가 차를 몰고 도착했으니 곧장 김천역까지 모셔다 드리면 되겠다 싶어서
남전 형과 함께 김천역까지 배웅하기로 했다. 나로서는 영광스런 기회가 된 셈이다.
짤막한 시간이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종환 시인은 지금은 여의도에서 국사를 논하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참 어려운 시대인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 교육문화 분과에서 나름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비록 그의 활동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치열한 삶과 인간성을 통해서 볼진대
매사를 확실히 할 것이고, 국민과 정의의 편에 서서 정치적 소신을 멋지게 펼칠 것이라 믿는다.
잠시나마 도종환 의원님의 깔끔하고 온후한 얼굴을 뵐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백수문학관을 회원들과 한번 둘러본 뒤, 직지사 정문 옆에 있는 찻집에 들어가
남전 형님께서 제공하는 팥빙수를 한 그릇씩 먹고, 일부 회원(김성장, 김창규)과는 헤어지고
직지사 경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입장료 2,000원(김천시민은 공짜, 국가유공자도 공짜)
얼마전 무량사에서 본 상사화는 노란색이었는데, 오늘은 또다른 빛과 색을 발견했다.
분홍빛 상사화만 보아온 나로서는 저절로 눈길이 간다. 곧 꽃은 지고 잎이 돋아나겠지?
꽃과 잎이 함께 하지 못하고 늘 따로따로라서 서로 그리워하기만 하는, 상사화!!
왼쪽부터 능보 김종인 시인, 남전 김재환 시인, 시안 김윤현 시인
덕산 배창환 시인, <잠든 그대>, <겨울 가야산> 등 5권의 시집이 있다.
보물 1576호, 김천 직지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건물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지붕 형식은 겹처마 팔작지붕임을 알 수있다.
능보 시인은 초등학교 시절, 이곳 대웅전 앞 계단에 70명의 반 친구들과 위아래로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고 했다. 올망졸망 걸터앉은 귀여운 모습들을 상상해 본다. 어느 덧 50년!!!
보물 제 670호, 직지사 대웅전 삼존불 탱화, 작품성과 규모에 있어서
조선후기 불화를 대표하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일 왼쪽에 있는 분이 대구작가회의 회장인 정대호 시인이다.
고목이 된 살구나무, 몇 살쯤 되었을까?
천불암 옆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호젓한 길을 흐르는 물소리가 한여름 늦더위를 식히고 있다.
남전 형은 전날의 포항 모임에서 과음한 탓에 아직도 몸이 성치 않다. 걸으면서 잠을 잤다는.....
김윤현 시인은 대금을 꺼내어 자연의 소리를 담아 연주를 시작했다.
물소리와 대금의 조화는 그 어떤 것보다 잘 어울리는 것임을 새삼 알겠다.
능보, 김종인 시인께서는 내게 특별히 느티나무 현판에 '열호재'라고 쓴 서각 작품을 선물해 주셨다.
선산의 달팽이집에 앉아 '열호재' 현판을 보고 있노라면 능보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다리가 불편해서 오래 걷지 못하기는 하나 김천의 구석구석을 다 섭렵해서 알고 있는 '문화지킴이'
대구 근대화거리 투어 (0) | 2015.02.27 |
---|---|
수비의 신선, 도산 선생을 찾아가던 날 (0) | 2014.09.14 |
2014년 여름 마음샘터 번개 모임 (0) | 2014.06.29 |
78국어 동기모임 관련하여 (0) | 2014.06.13 |
극단 <형영> 연락처 (0) | 2013.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