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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아이

한줄메모장

by 우람별(논강) 2013. 12. 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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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예은(가명)이는 찾아와 상담을 좀 하고 싶다고 했다.

당장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 말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내 마음을 친구들이 몰라주고 자신 땜에 친한 친구가 괴로워한다면서

차라리 자신이 사라져버리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겠나면서.

 

엄마는 지난밤에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왔어요.

아버지는 먼 곳에서 돈벌고 주말마다 집에 오구요.

엄마와 나는 같이 살면서 툭하면 싸움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손목을 칼로 자해를 한 적도 있어요

언젠가는 내방의 모든 물건을 부순 적도 있어요.

병원 가서 심리치료를 받은 적도 있구요.

며칠씩 가출해서 멋대로 행동한 적도 있습니다.

 

선생님,

학교의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면 어떻게 돼요?

안돼. 그런다고 해결될 것은 하나도 없어, 이눔아.

절대 안 돼, 소중한 목숨을 그렇게 허무하게 버리면 되겠어?

한 목숨 죽여서 힘든 세상을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부모 형제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게 돼.

나름대로의 역할을 갖고 태어나는 우리들이니만큼 힘을 좀 내거라.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꼭 올 거야.

학교 생활이 진정 괴롭고 고통이라면 차라리 학교를 그만 두라구.

너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 일찌기 작가가 되는 것도 좋아.

죽음만은 절대 안 돼. 세상살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도

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살아가고 있잖니?

죽음을 선택하면 바보야.

 

그렇게 내가 말렸건만 결국 너는 그날 오후,

친구의 만류도 무릅쓰고. 바보처럼 몸을 던졌구나.

죽으려 했는데 죽지 못하는 상황을 두렵다고 하더니

얼굴과 입에 큰 상처만 입고 병원에 실려 갔구나.  

예은아, 세상 살기가 그렇게 힘들어?

바보, 바보라고 말한 선생님도 바보지?

예은아, 의사 선생님한테 다짐했다면서?

다시는 죽으려 하지 않겠다고.

그래,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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