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의성군 사곡리에 있는 '산수유 마을'에 갔다 왔습니다.
엊저녁 명혜당과 대구 강촌마을 어른댁에 들러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수성구 의원님 댁에 들러 잠시 담소하고 있었는데
마침 점촌 처형의 전화가 와서 의성 산수유 마을에 가자고 하네요.
봄나들이로는 제격이라 다들 좋아라 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시내를 벗어나 안동으로 가는 국도에 접어들어
신나게 달리다가 다부동, 군위 효령을 조금 지나
우보 쪽에서 흘러내리는 위천을 따라 뻗어있는 지방도로 갈아탄 다음,
의성군 탑리까지 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경에서 풍양을 거쳐 안계, 봉양을 거쳐 탑리로 내려왔다는
문경 형님의 차량도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점심 때인지라
잠시 숨을 좀 돌리고 출출한 배도 채울 겸해서
작년에 친구와 들러 맛있게 먹었던 오복식육식당으로 갔지요.
돼지고기 5인분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애고
된장찌개 시켜서 밥 한그릇 먹고 나니 배는 벌떡 일어났고.^^
(계산은 대구의 처형께서 하심. 고맙구로!^^)
조문국 금성산고분군 주차장에 차 한 대를 세워두고
내 차에 모두 탄 일행은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을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 산수유 마을로 향했습니다.
예상대로 마을 입구부터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천막을 쳐놓고 술과 음식을 파는데, 재미가 솔솔하지 싶었습니다.
십리 길을 꽃그늘 밑으로 걸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고 천천히 마을로 한참을 들어갔습니다.
아직 산수유 꽃은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고급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녔습니다.
온갖 모습을 진지하게 담고 있음에 틀림없었습니다.
은은한 멋을 풍기는 저 귀여운 꽃들의 향연을
차마 물리칠 수는 없었겠지요.
나도 휴대폰 카메라로 몇 장면 담아보긴 했지만
사진기를 갖고 오지 않은 섭섭함은 남았습니다.
마을 앞을 흐르는 폭좁은 개울 한쪽으로
어느덧 아름드리로 자라고 있는 산수유나무,
저마다 주인이 있어서 가을의 농가수입을 보장해 준다고 합니다.
후미진 마을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음은
제법 짭짤한 수입이 있고 살아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일흔 두 살 된 할머니 한 분이 산수유 묘목을 심고 있길래
"저렇게 굵은 산수유나무는 수명이 얼마나 됐나요?"
"내가 젊어 시집왔을 때도 저 정도로 굵었고,
그 이후 별로 큰 것 같지도 않으니 아마 백년도 넘었을 겁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묘목을 심는 뜻은?"
".............."
춘산(양지) 저수지를 지나 빙계 계곡을 찾았습니다.
휴일이지만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탓?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3**호), 빙혈,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살아있고 웃는 모습을 담으려 셔터를 누르기 전에
'김치!', '팬티!' 등을 외쳐 보았습니다. 사진은 그래도 웃는 모습이 최고지요.
세 자매의 웃는 모습과 옷색깔이 잘 어울렸습니다.
금성면소재지에서는 제법 우뚝 솟아있는 탑리 5층석탑(국보 77호)
경주의 분황사탑을 모방한 모전석탑인데 1층 탑신에 문을 내고
부처님의 자리인 좌대까지 그 안에 모신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높은 단이 1차 기단인 셈이고, 그 위에 기단을 쌓았으니 이중 기단,
9,6미터의 탑을 우뚝 솟도록 쌓았는데 과연 탑리 마을 다웠습니다.
그 밑으로는 잔디가 잘 깔렸는데, 털썩 주저앉아 마냥 노닐고만 싶었습니다.
막걸리라도 한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부부끼리 그 잔디 위에서 사진 촬영을 해 보고,
저 멀리 보이는 금성산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 몇 장을 찍으니
우리의 전박사님은 탑을 배경으로 다시 찍어보라고 합니다.
탑을 나오게 하자니 카메라를 최대한 낮추어야 했고,
잔디에 아예 누워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멋있습니다. 형님과 처형의 모습,
탑의 담장 밖에 두 노인이 술이 잔뜩 취해서
뭔가 모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통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거지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내뱉는 말들이 아무리 진지해도
적어도 젊은이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많지요.
오늘도 저 노인들은 지난 세월을 반추하면서
젊은이들에 대한 분노를 저렇게 술로 풀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직은 젊지만 간혹 생각과 말이 따로 나올 때는
스스로 화들짝 놀라게 되고, 치매의 전조는 아닌지 하는
불안감도 간혹 생긴답니다.^^
다시 조문국 금성산 고분군을 찾아 여기저기 흩어진 고분 주변을 돌다가
측백나무와 소나무로 둘러싸인 경덕왕릉을 봤습니다.
힘없는 부족국가 시절이지만 수많은 역사의 사연을 남겼을 터인데
그 사연 가마득히 숨기고는 저렇게 무심하다 싶었습니다.
신라의 벌휴왕 때 신라로 복속될 때까지 의성 지역을 호령하던
그 기세는 이렇게 아담한 봉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왕조의 흥망성쇠 또한 허무함을 새삼 느꼈답니다.
의성 IC로 올려서 중앙고속도로를 아래로 달려
군위, 가산, 칠곡, 북대구 IC, 신천동로를 내달려
처형의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다시 구미로 돌아오니 저녁 7시,
'퉁이네 마실'에서 우렁쌈밥으로 다시 배를 채우고
귀가하자마자 꾸벅꾸벅 졸다가, 뉴스를 보다가......^^
이상,
산수유 마을에 갔던 사실을
보고 삼아 기록 삼아 이곳에 남깁니다.
점촌 처형께서는 사진을 빨리 올리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지우지 말고 다 올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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