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생한테 전화를 거니 연수원에 연수 중이란다.
금오산 등산이나 함께 할까 싶어 연락을 했더니.....
조금 후 유선생한테서 다시 전화가 온다.
도산과 같이 있다면서 빨리 금오지 주변으로 와 보라고
사회과 교육과정 연수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연수원에 모였고, 거기서 만난 모양이다.
그러나 연수보다는 친구와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는 게 낫겠다면서 날 부른 것이리라.
간단히 씻고 금오산 환경연수원 입구까지 단숨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금오지 산책로를 따라 친구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게 보인다.
도산은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아내(재현 엄마)와 함께 온 것이다.
처음 뵙는 후배까지 옆에 있다. 인사를 댕기고.....
만나자마자 기념으로 한 장 먼저 사진기에 담았다. 깊어가는 가을의 자연 속이라 그저 좋다.
금오지를 한 바퀴 돌고 채미정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도산은 뭐 이런 곳이 있냐며 감탄한다.
채미정 돌담에 선 붉디붉은 단풍이 강렬하다. 겨울 준비를 위한 마지막 발악이리라.
채미정으로 들어가는 돌다리 위에서 두 친구는 그저 즐겁다.
환히 웃는 재현 엄마의 미소는 백만불짜리다.^^
선비의 상징인 배롱나무 아래엔 이렇게 고운 단풍이 수북이 쌓여 신비로움까지 자아내는 듯하다.
강렬한 단풍의 빛은 야은 길재 선생의 기품을 닮았는가? 채미정 앞의 단풍이라 그런지 예사롭지 않다.
경모각 앞에서 야은 길재 선생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도산 선생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
부부는 뒤돌아서서 나를 향해 이렇게 웃고 있다. 친구야, 늘 그렇게 다정하게 사시라.
이 멋진 그림 앞에서 되돌아 가기로 했다. 돌아가기 전 또 한장 찍어둬야지.
넉넉한 신랑의 웃음과 아내의 소박함이 참 어울리는 아름다운 한쌍, 어느 새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있다.
그림속에 우리 친구들끼리 끼어들어 작품을 만들어 보려했다. 내가 갑자기 키가 커졌나?
메타세콰이어의 물든 모습도 강렬한 빛임을 새삼 느낀다.
도산과 재현 엄마는 구미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만족스러워하길래
"재현엄마, 구미로 이사와서 같이 살아요." 하니 그저 웃는다.
포항에 살다가 구미로 온 지가 벌써 6년이 되었으니
이제 구미가 살기 좋은 이유 몇 가지를 자신있게 알려줄 수 있겠다.
도산은 채미정 입구에 새겨있는 길재의 시 '회고가(懷古歌)'를 줄줄 외웠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다들 국어공부는 열심히 했음이 분명하다.
옛날 고등학교 재학 시절의 암기식 교육방법이 아직도 효과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교육헌장 공포(1968.12.5) 시절에는 그 전문을 외울 것을 강요받은 적도 있다.
아직도 기억나고 있을 정도다. 아직도 외울 수 있다. 세뇌교육의 효과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경영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 반공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역사를 창조하자.
1968년 12월 5일 대통령 박정희' 와, 이 대단한 기억력, 세뇌교육 만세다. 씨바.
예천의 삼강나루에서 (0) | 2012.11.18 |
---|---|
선산 장날에 (0) | 2012.11.18 |
잠시 4박 5일 휴가 나온 아들, 한별이 (0) | 2012.11.12 |
영천의 시안 미술관 둘러보기 (0) | 2012.11.04 |
우연히 만난 고양이 두 마리 (0) | 2012.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