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한 군데로 모여 흘러내리는 삼강나루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위치한 주막집을 찾은 것도 벌써 서너 번째다.
갈 때마다 주모한상(막걸리, 배추전, 도토리묵, 두부 한모)을 주문해서
함께한 사람들과 한 잔씩 나누다보면 영락없이 기분이 한껏 고조되고 만다.
풍양에서 교직을 시작한 서정우 교장이 생각나서 전화를 거니, 누군가와 상담 중이란다.
더 이상 길게 통화를 못하고 끊었다. 친구의 향수를 자극하려던 내 계획은 실패다.^^
유옥연 할머니께서 2005년, 90세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영업을 했다는 주막은
1900년경 세워진 건물인데 이제 도지정 민속자료(134호)가 되어 특별히 보존되고 있다.
그 희소성의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주변에 새로 지은 건축물들이 그 주막을 대신하고 있지만
고목인 회화나무 아래 의연히 서있는 밭전(田)자 형식의 주막집 구조만큼은 못하다.
주막을 찾은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문들이 곳곳으로 나 있고
때로는 민박도 가능하도록 손님방을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그 주막에 얽힌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고인이 된 주모의 삶을
증언할 만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찾아가 그 숱한 애환을 한번 듣고 싶어진다.
주막의 주인이었던 유옥연 할머니의 삶을 말없이 곁에서 지켜보았을 수백 살의 회화나무는
아직도 저렇게 건장하게 살아남아 있건만, 우리 사람들은 채 백 년도 살지 못하고 그렇게 빨리
속세를 떠나고 마는지 참 대조적이다. 34세에 청상이 되어 5남매를 힘들게 키우면서 살았다는
삼강주막 유옥연 주모, 강물에 몸을 던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자식들이 불쌍해서
차마 죽지 못하고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면서 살아야 했다는 주모의 고백이 슬프기 그지없다.
이곳을 지나는 행인, 보부상, 풍류의 시인묵객들의 벗이 되어 살면서 극복했을까?
어느 것인들 삶의 방식이 아니겠는가마는 질곡의 시대를 살아야했던
나이든 분들과 그 어른들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슬픈 시대의 증인들!!
주막과 회화나무 사이엔 들돌이 하나 놓여져 있는데 그 무게는?
이 돌을 들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사람들의 품값이 매겨졌다고 전해지는데......
나도 잠시 힘주어 들어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청난 힘이 필요할 듯.
주막집 부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주모가 손님들에게 외상을 주고 그 액수를
연기로 그을린 시커먼 벽에 빗금을 그어서 표시해 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투명 아크릴로 덮어두고 있다.
둑밑으로 여러 채의 집과 정자가 더 세워져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4대강 공사의 일환인가? 둑 아래 강가는 돌축대로 단장되어 자연스러움이 없어졌다.
다만 오후의 햇살만 강렬하게 내리쬐고 마음 한자락 둘 데 없어 취기를 거두고 돌아섰다.
내성천, 금천, 낙동강의 물이 이렇게 모여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막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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