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금요일 오후 6시경,
구미시외버스터미널 부근 동경복어 식당에서
1,2기 선생님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갖게 되었다.
처음 뵙는 선생님들이 많았지만 다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지들이다.
발령받아 약 보름간 혼자 일하다가 선생님들을 보니 참으로 반가웠다.
상주에서 김천 아포로 출퇴근하시는 주용석 선생님,
영천에서 근무하시는 최동삼 선생님이 먼저 와 계셨다.
친구인 선주고 김정시 선생은 내 앉을 자리까지 챙겨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2기의 전체회장인 인동고 손경수 선생님은 도교육청에 출장 공무수행중이고
진로진학상담과 관련한 일이 덜 끝나서 참여를 못할 것 같단다.
중모고 이균섭 선생님은 김천의 여러 선생님들을 차에 태우고 왔다.
김천여고 황원욱 선생님이 멋진 생활한복을 입고 함께 등장했다.
그는 대학 국어과 2년 후배님이지만 진로교사 1기이니 내 1년 선배인 셈이다.
학교에서 전통 오랜 동아리인 풍물패들과 어우러져 재미있게 살고 있단다.
1,2학년 14개반, 14시간의 진로활동 수업을 매주 소화하면서 말이다.
10시간 이상은 맡지 말아야 할 진로수업이지만......
식사가 끝난 뒤,
회장이신 금오공고 정연현 선생님의 사회로,
돌아가면서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회장 선생님이 좋은 취지의 발언을 잘 해주셨고, 이어서
올해 새로운 회장님을 추대하기로 제안을 했는데 인동중 허진원 선생님이
그 일을 맡아 구미 김천 지역 모임을 이끌어가는 것으로 만장일치 결정을 했다.
허 선생님은 아주 당차고 의욕이 넘쳐 보이는 인상좋은 선생님이셨다.
동지들끼리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고, 회비도 충분히 모아놓고 쓰면 좋겠다.
우리들의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 보겠다는 뜻의 말씀이 있었고,
진로 교사들은 전문상담 교사의 영역은 되도록이면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말그대로 진로진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Wee센타 전문상담의 일을 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일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상견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모임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귀가하고 여섯 분이 남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었는데, 허선생님이 내게 다가와
"한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카페의 글을 통해서 어떤 분인가 궁금했는데....."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별 게 있습니까, 저도 반갑습니다."
옛날에 사곡고에 고3 부장교사로 여러 해 근무를 한 적이 있고,
특별히 입시지도를 야무지게 잘해서 좋은 결과를 내었던 추억을 이야기할 때는
입시계의 전문가다운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두드러졌다.
수시모집보다는 정시모집에 응시하는 학생들 지도에 익숙한 나에게는
허선생님의 수시모집 관련 입시지도 노하우는 한 수 배워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우리 모두, 고3 담임들을 능가하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출 때까지......
진로교사들이 좀더 전문성을 띠고 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랄까 시대적 사명이랄까 뭐 이런 것들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장면에서는 다들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조금씩 체득해 가는 것 같고,
누군가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부대끼고 있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진로든, 진학이든 소그룹으로라도 자주 모여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우리들의 가치를 스스로 높일 수 있도록 확실하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모임이 끝나고,
선주고 김선생은 한잔 살테니 좀더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오상고 기한섭 선생님과 함께 인근의 호프집을 찾아들었다.
사진 속 여인들의 향기가 강하게 풍겨나오는 어느 구석진 자리에서
자정이 지날 때까지 우리들은 말이 많아서 참 편했던가 보다.
처음 뵙지만 후덕하고 깔끔한 인상의, 웃음이 해맑은 오상고 기선생님,
우리보다 세 살이나 위시지만 오히려 더 젊어 보이는 분이다.
학생들을 데리고 문화기행을 하고자 하면 어디가 좋겠냐는 물음에
친구 김선생이 나를 여행매니아라고 추켜세웠으니 걸맞게 권한다면
백제문화를 한눈에 섭렵할 수 있는 부여 공주 일대가 아닐까?
논산 강경일대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마치 정답이라도 찾은 것처럼 부여 공주 일대가 좋겠다는
기 선생님의 환한 웃음이 좋아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선생님의 웃음을 살짝 흉내내 보았다. 다음에 또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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