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째 주말만 되면 아내와 함께 이리저리 구미 주변을 쏘다니고 있다.
구미의 해평, 장천, 선산 등지를 둘러보고, 김천의 개령, 감문 등지도 보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한 군데 있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홍** 선생한테 전화를 거니 선산읍 생곡리 밭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리 오란다.
거기에는 유해* 선생님과 그의 부인 이*자 선생님도 와 계신단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내가 살 땅에 대한 자문단이 만들어진 셈이니 참 좋다.
생곡리 홍선생 밭을 찾아가니 네 식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낙동강이 굽어 보이는 명당 자리에 원두막 하나 멋지게 세워두고
올 가을이면 전원주택이 들어설 자리까지 점지해 두고 텃밭 농사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웅덩이까지 파 놓았고, 진입로 30여 미터도 만들어 놓았다.
4년 전에 논을 몇백 평 구입해서 조금씩 조금씩 개간을 해서 만든 공간이다.
홍선생은 그간 틈만 나면 이곳을 찾아 땀을 흘리며 일을 해 왔던 것이다.
유해*, 이*자 부부도 6년 전에 선산 무을 수다사 아래 1,100평의 농지를 얻어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데, 홍선생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오늘도 유선생은 무을의 밭으로 가기 전에 홍선생 밭에 들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 모여 유선생의 밭에 모두 가 보기로 하고,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죽장리 원당마을에 가서 내가 눈여겨 봐 둔 땅의 가치를 점검하기로 했다.
원당마을은 계곡을 따라 오르막을 수백 미터 올라가야 눈에 들어온다.
땅 소유자가 전원주택지로 개간을 해 놓은 곳 같은데 이미 네 채가 들어서 있고
맨 끝에 위치한 집의 뒷편 길가에 180여 평의 땅이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이곳을 찾아왔지만 오늘의 느낌이 가장 좋다고 아내는 말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와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을 때의 느낌 차이라고나 할까?
정남향으로 탁 트여있고, 오른쪽으로 소나무가 몇 그루 서있는 구릉지가 있다.
왼쪽으로는 가까이 산이 접해 있고, 밭과 산 사이에 자그만 고랑이 있어서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물이 졸졸졸 흐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다.
바로 앞에 위치한 밭과는 한 길 정도 높이의 축대로 구분되어 있다.
"앞이 탁 트이고, 포근한 느낌이 있어 참 좋은데요."
"이 정도면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 가꾸고 살기엔 딱입니다."
자문단으로 모시고 온 동료들이 다들 느낌이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내가 누구보다 좋아하고 적극적이어서 내부 결재는 이미 난 셈이렷다.
그렇다면 추진하는 일만 남은 것 아닌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렷다.
'부동산 중개사한테 연락을 해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겠군.'
아내는 왜 이리 성질이 급하냐고 뭐라 하지만, 이미 난 땅 주인이다.^^
아주 마음이 편해졌다.
원래 물건을 고를 때, 고르기까지가 힘들지
골라서 값을 치르고 자기것으로 일단 만들어 놓으면 최고 아닌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어느 것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법이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에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고 했다.
나는 오늘 그 '눈여겨 둔' 땅에 일단 큰 의미를 부여해 보고 싶은 것이다.
땅을 딛고 살면서도 내 땅 남의 땅의 개념이 없이 자유롭게 살던 나,
드디어 선산읍 죽장리 원당마을 한 지점에 내 소유의 땅을.....
수다사 아래, 유해*, 이*자 선생님 부부의 땅은 압권이었다.
조금 전 내가 매입하기로 한 땅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훌륭하다.
수다사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데, 눈 아래 보이는 풍광이 최고다.
오리 떼가 수십 마리 내려앉는 꽤 넓은 저수지가 눈 아래 보이고
좌청룡 우백호에 안산까지 갖춘 명당 자리에 위치한 절대 농지,
밭 안에는 온갖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땅의 경계가 뚜렷하다.
제법 큰 자연석이 어찌 그렇게 요소요소에 위치해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너럭 바위가 은근하게 숨어있는가 하면 올라가서 쉬면 좋을 듯한
고인돌같은 바위도 서너 개 눈에 띄는데,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땅의 경계 지점 아래로는 감나무가 7,8 그루 자라고 있고,
제일 높은 지점에 콘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사철 휴식처로 쓰고 있다.
그 안에 들어가 이*자 선생님이 우려주는 국화차를 둘러앉아 마셨다.
지난 해 어느 별빛 좋은 가을날, 모닥불 피워놓고 놀았다는
이*자 선생님의 자랑말씀에 나는 또 부러움과 섭섭함이 교차된다.
'나를 빼놓고 한 파티는 무효이니 올해 다시 한번 해요' 하며 웃었다.
함께 하려 나한테 연락을 했을 때, 나는 어디로 여행 중이었단다.^^
안곡저수시(무을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전원주택단지를 찾았다.
한창 조성중에 있어서 그냥 구경삼아 그곳을 잠깐 들렀는데 건축업자의 말에 의하면,
어느 돈 많은 사업가가 펜션을 서너 동 짓고 나머지 땅은 전원주택으로 분양한단다.
홍선생은 생곡리 땅을 사지 않았다면 당장이라고 이곳의 땅을 사고싶다고 말한다.
평당 가격도 그만하면 괜찮고, 무엇보다 탁 트인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전원주택 단지로는 이만한 곳이 없겠다면서 전문가처럼 이야기를 한다.^^
'근데, 여기에서 텃밭 농사를 짓기도 여의찮고, 펜션이 옆에 있어서
다소 시끄럽고, 신경이 쓰여서 살기가 여의 찮을텐데.....'
안곡묵집이라는 곳이 전원주택단지 옆에 위치해 있어서
그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님이 아주 친절했다.
메밀묵에 국물을 넣어 어느 정도 먹다가 밥을 넣어 함께 섞어 먹으면
묵밥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정겨웠다.
양껏 잡수시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란다. 아, 즐거운 식사시간!!
손두부와 동동주를 곁들여서 한잔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평상시 주제와는 다르게 땅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였던 것 같다.
고마운 동료들이기에 자문료로 저녁값을 기분좋게 치렀다.
80리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루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워 기분좋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팟캐스트를 통해 듣는 세상 소식은 우울하기만 했다.
뉴스타파를 통해 들려오는 강정마을 사태, 아, 구럼비 바위!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징과도 같은 그 구럼비 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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