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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단 행동

아이들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11. 10. 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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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우리반 아이들이 집단행동을 했다.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그냥 말없이 가버린 것이다.

남아있는 학생은 38명 중, 달랑 9명이었다.

허락받고 간 학생 6명, 원래 자율학습 불참자 4명,

야자 탈출 3명을 제외하면 16명이 말없이 간 것이다.

(* 야자탈출: 번호에 해당하는 날에는 집에 가도 되는 우리반만의 제도

가령,어제가 7일이었으니 7, 17, 27번은 가도 됨)

 

이유는?

자습하기 싫고 그냥 가고 싶었던 것이다.

담임한테 찾아와서 솔직하게 공부가 안 돼서

조퇴하고 싶다고 한 학생들이 평소보다 좀 많았다.

맨처음에는 만류하다가  마음이 떠난 녀석들 같아서

결국 5, 6명의 학생들에게는 조퇴를 허락했는데

어제는 그야말로 16명이 무단 조퇴를 해 버린 거다.

조퇴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아서 조짐이 안 좋았지만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가버릴 줄은 몰랐다.

남이 무단조퇴 하니가 따라 조퇴를 한 거다.

'부화뇌동'의 진수를 보였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어느 녀석이 가자고 바람을 넣고 주동을 했을까?

실장 부실장이 함께 끼었으니 그들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겠지?

여하튼 집단행동의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월요일 아침에 담임의 할 일 같아서 오늘 그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

 

어제 오후 8교시 영어경시대회(모의토익) 끝나고

당장 달라지는 본교의 야간자율학습 체제에 대해 얘기를 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1부(저녁 8시 40분)까지만 하고,

2부(저녁 10시)는 희망자에 한해서 참가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집에 돌아가 부모님과 논의해 보고,

참가 여부를 다음 주 월요일에 확정하도록 하자고 했다.

엊저녁에 조사한 바로는 12명만 1부 마치고 귀가하고,

나머지 23명은 종전대로 10시까지 남아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반은 그 반대 현상이 많았다.)

 

담임을 하는 것도 해가 갈수록 힘들다.

몸이 힘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더 아프고 힘들다.

이제 담임에서 손을 놓을 때가 되었다는 증거이리라.

젊은 교사들 위주로 담임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제 정년퇴임까지 9년, 내년부터는 국어교사로서가 아니라

진로진학 상담교사로 일하면서 교직의 후반부를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으니 내 특유의 성실함으로 풀어나가면 된다.

 

국어교사로 30년을 살면서 내가 아이들한테 준 것이 무엇이었을까?

함께하고자 하는 따스한 마음과 그 결과물(학년말의 문집),

공부도우미의 역할 정도가 그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어교육의 본질인 말하기 능력과 쓰기 능력의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학급활동을 유도하고, 발표 위주의 국어수업을 지향해 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더듬어 보면 원활하지도 못하고, 껄끄러워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잘 안되는 상황이 너무 싫었고

그 돌파구로 나한테 다가온 것이 진로진학 상담교사의 길이다.

몇 달간의 고민 끝에 그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을 했으니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내 스스로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 맡은 1-1반이 나의 마지막 담임반이 될 것이니

최선을 다해서 정리를 잘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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