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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종업식 하는 날에

아이들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11. 7. 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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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한 학기 동안 수고했습니다.

어제 국어시간에 ‘한 학기를 되돌아보며’란 주제로 돌아가면서 얘기를 해 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마음의 표현을 주저하거나 쭈뼛거리면서

말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지요.

여러 사람 앞에서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겸연쩍어서인지는 몰라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는 솔직하게 표현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마음뿐이고 잘 안 되는 것은 아직 경험 부족이라 봐야겠지요?

말도 자꾸 하다 보면 는다는데, 학과 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간에 진지하면서도 심도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고 있는 반 친구들은

따지고 보면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들이지요.

우람별이란 사람을 담임으로 만난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닌 것이지요.

젊고 예쁜 여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다면 더 신명이 났을 텐데

담임이 나이가 많고 못생기고 재미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섭섭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만큼은 내가 스스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랜 세월 담임을 해 왔고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다고 믿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부끄럽군요!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일찍 등교해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다음 책걸상의 줄을 맞추고 나서

빗자루를 들고 교실 구석구석을 쓸었습니다.

아침엔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게 좋은데 교실 먼지를 마시게 되더군요.

교실을 쓸고 나서는 걸레를 빨아다 칠판을 말끔히 닦습니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서 차라리 즐긴다고 표현해도 될 겁니다.

이렇게 청소를 해 놓으면 우리반 친구들도 기분이 좋겠다 싶어서

매일 반복하는 일이지만, 내키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고

누가 그런 일을 시켜서 하게 된다면 더더욱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언제부턴가 2,3반 앞의 복도 양쪽의 창문턱도 내가 지나가며 닦아 버립니다.

직접 청소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이지요.

이젠 아무도 못 말리는 나의 아침 일과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청소를 끝낸 교실이나 복도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을 때는 짜증이 좀 나지요.

학생들의 버려진 양심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단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계속 하다 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긴 합니다.

 

담임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우리 반 학생들 하나하나가 남을 배려해 주는 마음들이 있으면 해서입니다.

담임이 아침마다 청소를 한다는 것을 알면, 쓰레기가 없거나 적어야 하는데,

안 그렇더라구요. 그게 섭섭함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라는 것이지요.

아무 생각 없이 버리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담임의 문제 제기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부터 방학입니다.

한편으로 즐겁고, 한편으로는 부담되는 여름방학,

다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공부해 보겠다는 다짐을 했겠지요?

20일 동안은 꼬박 학교에 나와서 오전에 보충수업을 받고

오후 6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도록 되어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지요?

인문계인 구미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요?

여러분은 젊음의 피가 끓고 있고 잘할 수 있습니다.

 

1학기 때 후회 없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취감을 느낀 학생은 예외지만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아 성취감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방학기간을 통해서 그 소홀했던 부분을 어떻게든 보충하는 기회로 삼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2학기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학교에 등교하는 20일 동안, 매 수업마다 집중력을 발휘해 주길 바랍니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그 시간에 열심히 듣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수업 시간에 딴 짓하고 졸면서 공부 잘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 공부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변화를 줘야 합니다.

'나중에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오늘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나중에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방학 동안에 틈을 내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걸맞은 책을 읽어주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대학 입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느냐 없느냐로 연결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대학 또는 사회에서의 원만한 생활 여부와도 직결되는 겁니다.

아무쪼록 방학을 이용해서 여러분들의 인격이 한층 성숙되고

학습 능력도 부쩍 늘어 목표를 성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랑합니다. 1-1반!!!!

 

7월 15일 아침 담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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