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사랑 Milosc od pierwsego wejerzenia
갑작스러운 열정이 둘을 맺어주었다고
두 남녀는 확신한다.
그런 확신은 분명 아름답지만,
불신은 더욱더 아름다운 법이다.
예전에 서로를 알지 못했으므로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전에 스쳐 지날 수도 있었던
그때 그 거리나 계단, 복도는 어쩌란 말인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나지 않으냐고-
언젠가 회전문에서
마주쳤던 순간을?
인파 속에서 주고받던 “죄송합니다”란 인사를?
수화기 속에서 들려오던 “잘못 거셨어요”란 목소리를?
-그러나 난 이미 그들의 대답을 알고 있다.
아니오, 기억나지 않아요.
이미 오래전부터
‘우연’이 그들과 유희를 벌였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은 분명 깜짝 놀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운명이 될 만큼
완벽하게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에 운명은 다가왔다 멀어지곤 했다.
길에서 예고 없이 맞닥뜨리기고 하면서,
낄낄거리고 싶은 걸 간신히 억누르며,
옆으로 슬며시 그들을 비껴갔다.
신호도 있었고, 표지판도 있었지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제대로 읽지 못했음에야.
어쩌면 삼 년 전,
아니면 지난 화요일,
누군가의 어깨에서 다른 누군가의 어깨로
나뭇잎 하나가 펄럭이며 날아와 앉았다.
누군가가 잃어버린 것을 다른 누군가가 주었다.
어린 시절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바로 그 공인지 누가 알겠는가.
누군가가 손대기 전에
이미 누군가가 만졌던
문고리와 손잡이가 있었다.
수화물 보관소엔 여행 가방들이 서로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느 날 밤, 깨자마자 희미해져버리는
똑같은 꿈을 꾸다가 눈을 뜬 적도 있었다.
말하자면 모든 시작은
단지 ‘계속’의 연장일 뿐.
사건이 기록된 책은
언제나 중간부터 펼쳐져 있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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