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1시부터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있다. 중간고사(지필1고사) 기간 중에 중1학년 14명과 함께 교외 진로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 때 방문할 곳(명주박물관, 드림홀)에 가서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활동 후 곧바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예약해 두는 일이다.
일처리가 얼마나 소요될 지 모르지만 임무를 수행한 후, 시간이 남으면 천봉산 정상을 한 번 올라가 볼까 한다. 북천 가 임란전적지에서 1시간 정도만 올라가면 정상이다. 현직 근무 시절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올랐던 산이라 다시 올라 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하산해서는 저녁 식사를 하고 7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극단 <둥지>에서 만든 연극을 감상해야 하리라. 극단 대표인 윤현주의 말씀에 의하면 1시간 30분 공연이다. 끝나면 9시, 그 시각에 막걸리 한 잔 하러 가도 괜찮을까 모르겠다.
하루 지나고 이어서 쓴다.
결국 출장 임무를 다하고 시간이 조금 허락되었으나 천봉산을 오르지 못 했고, 연극도 못 봤다. 함창의 <카페 버스정류장>에 오랜만에 들러서 주인장이신 박선생님과 연극, 영화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그만..... 늦어지는 것 같아 자리를 막 뜨려고 할 때, 막걸리 한잔 하자는 토담의 전화를 받았다. 순간적으로 갈등이 생겼다. 연극을 봐야 하는데 술을 마신다? 그러면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결국, 한잔 하고 싶어하는 친구의 마음을 뿌리치지 못하고 연극 감상을 포기해야 했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이란 책은 이 카페의 주인장이신 박 선생님께서 직접 썼는데 잠시 인용해 보면, '저는 중학교 교사로 18년을 근무하고 문경으로 귀농했어요. 퇴직금으로 3년을 살다가 어려워져서 옷가게를 7년 운영하고, 이제는 뭘 해 볼까 관망하던 때에 우연히 이 건물을 발견했지요.' 2011년에 카페 버스정류장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밝히는 부분이다. 12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카페는 오늘도 변함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최근에 인테리어 공사를 대대적으로 했다고 하는데 보통 사람의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전체적으로 질감이 강하게 살아있는 분위기여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공간에도 손님들이 간혹 들어가 앉는다고 한다. 왼쪽 벽에 붙어 있던 검은 고양이 네 마리는 다들 어디론가 가고 없다.
최근 출간한 책 두 권이 있어 화면에 담았다. 문경시 지원금으로 낸 책이라고 한다.
카페 버스정류장에는 볼만한 책들이 많다.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주인장의 마음이 고맙다.
다른 손님들이 없고 카페를 찾은 사람은 현재 나밖에 없어서 주인장과의 대화는 온전히 나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며 서로 안부를 전하면서 진행된 대화는 두 시간 정도 계속 되었다. 간간히 사진도 찍었는데, 아래 사진들이 그것이다. 몇 년 전에도 이곳에 와서 찍은 사진과 함께 글도 인터넷에 올린 기억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카페의 일부 공간이 간혹 갤러리로도 사용되고 있다.
카페는 바로 함창중고등학교 맞은 편에 위치해 있는데 12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어느 덧 함창의 명소가 되어 있었다.
친구와 함께 찾은 단골술집, 사장님께서 4월말까지만 영업을 하고 그만둔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그만두기 전에 한 번은 찾아서 한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토담은 죽마고우 상구씨를 불러냈다. 같은 상주사람 현주 샘도 함께해서 막걸리를 들이키니 술맛이 괜찮았다. 꽤 많이 마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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