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19 정기공연 시극 대본('그리움을 찾아서')

구미낭송가협회 관련

by 우람별(논강) 2019. 4. 9. 13:16

본문

그리움을 찾아서


1


  신나는 동요('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와 함께 무대의 조명이 파랗게 밝아지면 배우들의 (판토)마임 연기가 한동안 지속된다. A는 고무신을 이용한 자동차놀이를 하고 있고, B는 자치기놀이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C는 구슬치기, D는 땅따먹기, E는 소꿉놀이 장면을 연출해도 좋다. 그러다가 '동작 그만'을 상징하는 소리가 나면 일체의 동작을 멈춘다.(3초) 마임으로 연출하지 않고 어린 시절 놀이 장면을 담은 추억의 옛사진 몇 장을 스크린에 띄우고 분위기에 걸맞는 음악으로 처리해도 좋다. (조명의 변화로 무대 분위기를 바꾸면서) 다시 음악이 이어지면 다섯 사람은 적절한 위치를 잡아 놀이 준비를 한다.

 

B(후전): (무대 한 쪽에 앉아서 여유있게) 구슬치기, 말타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자치기놀이 등등등 다들 그 추억의 놀이를 기억하고 계시죠?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들이었는데, 오늘 초딩 동기들과 모처럼 만나 기억해 내고, 그리워하면서 노래할 수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대사를 마치고 천천히 일어나면서 관객석을 향하여 준비한 시를 하나 낭송한다.)

  마당에 핀 무궁화꽃이랑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합니다.//

  술래는 언제나 무궁화꽃입니다.//

  무궁화 꽃은 눈을 감았다 뜨고/ 나는 한 발 한 발/ 무궁화 꽃에게로 / 다가갔습니다.// 


  가위바위로를 해서 C가 술래가 되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놀이 준비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반대쪽에서 C를 향해 섰다.  (놀이 장면 시작)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술래가 있는 쪽으로 A와 B가 움직인다. A가 술래에게 걸리고.....)

  무궁화 꽃,/ 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장면 끝, 조명 아웃되면서 무대에는 다 퇴장하고 아무도 없다.)

  


2


음악이 천천히 흘러나오면서 조명 밝아지면 B는 무대 오른쪽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고, A와 C가 번갈아 무대로 등장하면서 준비한 시와 노래를 낭송한다.

 

C(온명)가 <낮에 놀다 두고온 나뭇잎배>(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를 낭송하되, 일부는 노래로 처리해도 좋다.

  낮에 놀다 두고온 나뭇잎배는 엄마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나니겠지. 

  연못에다 띄어논 나뭇잎배는 엄마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A(효정)가 이어서 무대 앞으로 나오면서 시조 <사향>(김상옥)을 낭송한다. (조명과 음악이 바뀐다.)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조명의 스포트라이트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뀐다. 낭송을 마친 A도 오른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B, C의 대사를 유심히 듣는다.


B(후전): 참 오랜만이다.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어떤 사이라고 봐야 하나?

C(온명): 새삼스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난한 농촌에서 함께 공부하던 초등 동기라는 사실 말고 또 뭐가 있냐?

B(후전): (웃으면서) 그래도 자네와 나는 가끔씩 만나 소꿉놀이하던 사이라는 사실, 기억하고 있지?

C(온명): 그럼, 너는 내 남편 역할도 했고, 친구이면서 내 아들이 되기도 했었어. 소꿉놀이는 그렇게 우리를 부쩍 자라게 했던 것 같애.


  B와 C가 한데 엉켜 즐겁게 웃다가 무대 오른쪽에 앉은 A가 끼어드는 말에 멈칫하고 A가 있는 쪽을 동시에 바라본다.


A(효정): 아이쿠, 이 사람들 언제 때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 옛날 사랑 이야기, 또는 그 추억? (사이) ㅎㅎㅎ 늘 아름답고 좋게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 것이야.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과 향수로, 어떤 사람에게는 아픔으로 남아 있겠지 안 그런가? (조명 아웃)



3


(옛날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음악이 잠시 흘러나오다가 무대 다시 밝아지면 멈춘다.)


D(홍경): (무대 앞으로 나오며)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시)을 낭송한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낭송을 마친 D는 무대 오른쪽에 가서 천천히 앉는다. 


E(유경): (무대 앞으로 나오며) 나희덕의 <기억의 자리>(나희덕 시)를 낭송한다.

  어렵게 멀어져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 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 진다.

 

낭송을 마친 E는 D한테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D와 E의 간단한 대화가 진행된다.


E(유경): 아버지께서는 아직 살아계시냐?

D(홍경):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 참으로 자상한 분이셨는데...(사이) 그런데, 자네는 그간 어려움이 많았다며?

E(유경): 아름다운 꿈이 깨져버린 고통이 있었지. 

D(홍경): 아름다운 꿈이 깨져버렸다구?

E(유경):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등을 돌리고 그 꿈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었어.

D(홍경): (고개를 끄덕이며) 힘 내시게. 꿈과 희망을 버리기엔 아직 우린 젊어!

E(유경): (일어서며)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렸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네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나희덕의 '땅끝'이란 시의 일부)

D(홍경): 친구야, (일어서 어딘가를 가리키며) 그래도 저길 봐.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희망의 끈이 손짓하고 있어.


   두 사람(A,C) 등장하여 <들길에 서서>(신석정 시)를 한 소절씩 낭송한다. D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아름다운 꿈이 깨져버린 E를 향하여 희망을 잃지 말라는 초등학교 동기들의 마음을 전해 주려는 의도다.


A(효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C(온명):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별을 바라보자// 푸른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D는 E의 손을 잡고 두 사람(A,C) 옆으로 걸어와 서로 악수를 하면서 우의를 다진다.


(녹음 목소리)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들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유경): 고통스런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아픔이 많았지만, 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었던 것은 어린시절의 그리운 친구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우정은 세월의 흐름만큼, 절절한 그리움만큼이나 더 깊어지리라 믿습니다. 친구들, 고마워. 여러분, 사랑합니다. (마지막 음악,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흐른다.)


무대 다시 밝아지면 친구들과 손에 손잡고 관객들께 인사를 한다.


  조명 아웃, 밝은 분위기의 음악이 흐른다.(끝)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