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취지문
문학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 당시의 현실이 반영되는 것처럼 우리 단체의 이번 공연에서는 남북간의 화해분위기의 현실을 반영해서 평화 및 통일을 주제로 하는 시극을 한 번쯤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교육문예창작회(교문창)에서 주관하는 '평화, 먼동이 트다(가칭)' 라는 주제로 시집을 출판하기로 결정, 회원들로부터 좋은 시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거기에 투고된 작품 몇 편을 활용해서 시극을 공연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큰 흐름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구요. 회원님들의 부담도 최대한 줄여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시극을 공연해 보고자 합니다.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리면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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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뭐냐 물으면
각본 이권주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서서히 조명이 켜진다. 무대장치는 따로 없어도 좋다. 두 개의 의자 정도만 있으면 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명과 음악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한다. 무대 위에 등장한 배우 및 낭송가의 복장은 보기에 부담이 없는 정도의 자유로운 복장이면 좋겠다.
1
사회자 (방송을 통해 객석에 들리는 목소리도 가능하다.): 선생님은 대학교 다닐 때 야학활동을 했다고 하셨죠? 가장 기억나는 제자 이야기 좀 들려주시죠.
선생님: (반응을 보이면서) 뜬금없이 웬 제자 이야기를 하라고 하십니까? (관객을 빤히 쳐다보다가 일어서면서) 그럼, 한 번 들려드릴까요?(무대 앞쪽으로 움직이면서) 제 나이 21살, 그녀 나이 19살,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던 늦깎이 학생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다 돌아가신 고아, 남의집살이 가정부였습니다. 유난히 저를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사회자 (목소리): 혹시 선생님께서 그 제자분을 너무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까?
선생님: 단순히 좋아했다기보다는 그녀의 옹골차고 치열한 삶이 감동적이었기에 늘 제 가슴에 남아 있지요. (중앙으로 움직이며 자신이 지은 시, <소원이 뭐냐 물으면>을 낭송하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소원이 뭐냐 조심스레 묻던 / 야학 시절의 늦깎이 제자 목소리가 추억처럼 / 한여름 교실문을 시원스레 열었다 // 백두산중학교 병사봉 분교에서 / 외로움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대답하자 / 할머니가 되더라도 대학에 다녀보는 거라 했다 / 남의집살이 가정부로 일하던 그녀의 소원은 그랬다// 고등학교 졸업이 배움의 끝이긴 했지만/ 좋은 사람 만나 사랑하고 아들 딸 낳아/ 두 남매 키우면서 소원을 이루었단다 / 딸은 잘 자라 멋진 국어교사가 되었고 / 아들은 효자노릇하기에도 바쁘단다// 38년 세월이 흐른 지금 / 소원이 뭐냐 다시 내게 묻는다면 / 평화협정 앞둔 남북 화해 분위기 타고 / 휴전선 넘어 수학여행 가는 거라 말하리라 / 천지(天池)를 내려다보는 뭉클함만큼이나 / 가슴 떨리는 순간을 맞이하는 거라 말하리라 / 여명(黎明)의 하늘 땅이 밝아오듯 그렇게 / 평화와 감동 슬그머니 찾아오는 날 // 늦깎이 제자의 지금 소원은 무엇일까? / 교실문 열었던 그녀 목소리를 보고 싶다 / 사랑하며 살았다는 그 추억을 읽고 싶다
사회자 (목소리) : 그 제자 분의 소원도 이제는 선생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걸요. 요즘 남북관계도 좋고, 예상치 못했던 우리 민족의 긍정적 현실을 접하게 되면서 시인들도 그 기쁨 주체할 수 없어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서서히 조명 아웃)
2
음악과 함께 다시 조명 서서히 밝아지면 통일을 위한 춤사위가 시작된다.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애절한 춤 동작이면 더욱 좋다. 춤추는 시간은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약 3분 정도)
3
환상적인 분위기의 춤이 끝나면 조명 잠시 아웃되고, 다섯 명 정도가 각 무대에 동시에 나온다. 그리고 각자 준비한 시를 정해진 순서대로 낭송하기 시작한다. 또는 한 명씩 무대에 등장해도 좋다.
낭송가1
한반도에 평화통일 그날이 오면 / 벗들 모여앉아 / 벗의 시 한 소절씩 읊으며 벗의 영혼과 더불어 / 더덩실 더덩실 춤추고 싶으니 / 한반도의 평화통일이여 오시라. / 어서 오시라 (한상준)
낭송가2
껍데기는 가라./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 아사달 아사녀가 /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신동엽)
낭송가3
산은 스스로 청산이 될 수는 없다/ 속 좁은 능선이며 앙칼진 낭떠러지를/ 마다않고 다가선 무명의 나무와 풀들이 / 푸르고 푸르렀을 때 / 산은 마침내 청산이 되는 것이다./ 그걸 알고 산은 제 목이 타들어가도 / 끝끝내 나무와 풀에게 마실 물을 건네는 것이다./ 외부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한반도에 있는 산이란 산은 다 청산이 될 것이다./ 쌀밥 같은 평화가 될 것이다. (김윤현)
낭송가4
포연이 퇴색시켜 버린 / 흑백의 역사 속에 / 그을음처럼 얼룩져 있는 녹슨 증오를/ 퇴락해 가는 마지막 철조망에 / 녹슨 사상의 인질처럼 걸려있는 / 허리 꺾인 한반도의 신음을 씻어내지 못하면 // 우리는 죄인이다. / 우리는 모두 역사의 죄인이다.(김영언)
낭송가5
만나 보니 / 우린 낯이 익어요/ 내미는 손 맞잡으니 / 어느 새 친구 되네요 / 두어 마디 주고받으니 / 오래 전 친척이고요// 형제끼리 먼저 귀를 열어요 / 친척끼리 따뜻한 말 서로 건네고 / 친구끼리 듬직한 손 마주 잡아요 // 만나 보니 우린 / 반가운 이웃이네요 / 만나 보니 우린 / 시원하게 통하네요./ (이응인)
(암전)
4
(음악과 함께 조명 밝아지면)
사회자: 선생님 야학시절에 만났다던 그 늦깎이 학생 지금도 연락이 되나요?
선생님: 궁금하세요?
사회자: 사제지간인 만큼 연락이라도 되면 한 번 만나셔야죠.
선생님: 다들 살기 바쁜데 만나기야 하겠어요? 그저 마음의 행복과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죠. 수경씨, 조금 전에 다섯 분의 낭송가께서 노래한 작품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혹시 아세요?
사회자: 우리 민족의 숙원인 평화와 통일에 대한 소망과 의지를 형상화했다는 것 아닐까요?
선생님: 잘 지적해 주신 것 같습니다. 요절한 시인 신동엽 선생이 생각나지요?
사회자: 네, 선생님. 저도 그 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일관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그래서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켰고, 갈증을 풀어주었던 시인, (천천히 일어나면서) 그 분의 시를 제가 한 번 낭송해 보겠습니다.(신동엽 시인의 <봄은> 전문을 음악과 함께 낭송한다.)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시낭송이 끝나갈 무렵에 서서히 조명 어두워진다. 시낭송이 모두 끝나면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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