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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도 오랜만에 써 본 시

세상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09. 8. 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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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토담과 한 잔 했습니다.
교원 예능실기대회에 참가했으면
낮에 쓴 시를 한 번 암송해 보라고 하더군요.
이목형은 당신께서 쓰신 시를
줄줄 외우다시피 하더라마는 전 그게 안 돼요.
큰 고민하지 않고 대충대충 해서 그런가 봐요.
여하튼, 엄청난 졸작이지만 걍 한 번 여기에 올려 봅니다.
저의 어머니 얘기입니다.


세월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세월은
달콤한 커피향이다.
자식사랑 항아리만큼이다.

신춘문예 당선을 꿈꿔 온
가난한 남편의 헛된 세월,
참고 참으며 큰 가슴으로 끌어안고는
20년 세월 커피장사하면서
자식들 출세를 꿈꾸시고는

아직도 새벽이 밝아오면
커피물 끓이며 사계절을 하루같이
웃음 하나 잃지 않고
너그러이 너그러이 사신다.
새벽부터 밤까지
돈 버는 재미에 나이도 잊는단다.
그 달콤한 재미를 항아리에 담으며
자식 자랑도 서슴지 않으시고는

당신의 세월 덕분에
자식들은 잘 컸습니다.
늘 올곧게 살아달라고 가르쳤지요?
교사, 의사, 기업가 만들어서
이 세상 밝히며 살고 있잖아요, 어머니

대구의 동촌유원지에 가 보세요
어느 노 부부가 한 켠을 차지하고
비둘기떼, 고양이 친구삼아서
새벽부터 밤까지 커피향을 팝니다.

어머니,
오늘도 당신 생각느라
눈물 숨기지 못하지만
당신은 웃고 계시겠지요?
메모 : 200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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