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열정의 두 번째 콘서트
장맛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와는 달리, 비도 내리지 않고, 더위가 조금은 점잔을 빼고 있는 2014년 7월17일 오후 2시, 우리들은 구미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소극장에 모였습니다. 날씨도 우리의 콘서트를 많이 성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회장님은 총 리허설 계획과 함께 오늘의 콘서트를 위한 Q시트를 치밀하게 작성해 오셔서 그 계획에 따라 음향과 조명, 소품을 비롯한 각종 설비를 점검하고, 마지막 총연습을 치열하게 진행하였습니다. 프로그램대로 연습이 진지하게 전개되기도 했지만, 독송, 윤송, 퍼포먼스, 시극의 팀별 낭송 연습을 서로 경쟁하듯 틈틈이 해나가는 한편,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안내 데스크 준비에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6시경에 모든 준비를 끝내고 모처럼 전 회원이 다 모인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아직도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최순희 위원장이 안 계셔서 모두들 아쉬워했습니다. 올림픽기념관 지하 구내식당으로 가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그동안의 푸르고도 뜨겁게 모아온 열정들을 쏟아낼 시각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푸른 열정을 펼쳐낼 7시가 다가왔습니다. 가야금과 아쟁으로 연주하는 오프닝 뮤직으로부터 무대가 열립니다. 관람객들의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모두들 『여름·詩의 푸른 열정 속으로』 빠져 들기 시작합니다.
이 날, 이 시각을 위하여 쌓아온 수많은 시간의 모습들이 주마등 되어 머리와 가슴속을 스쳐갑니다.
1. 이 날, 이 시각이 있기까지
ㅇ 작년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올해는 더 멋진 콘서트를 꾸며 보자는 결의와 함께 3월 정기회 때에 7월 콘서트의 추진 계획을 협의하여 대강의 얼개를 그렸습니다. 회장님의 총연출 및 지도, 사회에 김미성, 프로그램 및 현수막 안 작성과 초대장 제작 발송, 영상물 제작에 이일배 등 저마다의 할 일을 나누었습니다.
ㅇ 장르는 듀엣 낭송, 개인 낭송 및 낭독, 윤송, 퍼포먼스, 시극으로 정하고, 듀엣 낭송에는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여는 시로 듀엣 낭송을 하고, 개인 낭송에는 신영이, 임종식, 윤진희 회원, 수필 낭독에는 이일배 회원, 퍼포먼스에는 이귀숙, 조유진, 최순희, 편영미 회원, 윤송에는 김명자, 김미성, 이복희, 이일배, 조미경 회원, 시극에는 김명자, 이권주, 최순희, 한외복 회원이 한 팀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ㅇ 우선 전체 주제와 팀별 주제를 정하기 위해 숙의를 거듭한 끝에 올해 콘서트의 큰 주제는 『여름·시의 푸른 열정 속으로』로 정하였습니다. 푸르고도 열정적인 계절 여름의 이미지를 살려 그런 분위기에 맞는
무대를 꾸며 보기로 했습니다. 장르별로는 윤송팀이 「그 여름 속으로」라는 주제로 여름 시들을 모아 계절 감각을 살려보기로 하였고, 퍼포먼스팀이 「독도 만세를 부르자」라는 주제로 나라 사랑의 열정을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시극팀은 이권주 부회장께서 시 낭송을 주제로 쓴 대본 「시 낭송, 그 어우러짐」으로 시와 극을 아우른 무대를 만들기로 하였고, 듀엣낭송은「산아, 푸른 산아」를 주제로 푸르고도 듬직한 산의 모습에 우리의 희망들을 담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ㅇ 5월 정기회 이후부터 치열한 연습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연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올해 들어 조금씩 생각을 달리해오던 임서은 회원이 드디어 협회를 떠나가게 되면서 지난 6월27일로 봉곡동 연찬실 시대도 막을 내리고, 최순희 위원장께서 주선해 주신 <구미제일감리교회>를 줄곧 연습장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동화구연가인 이귀숙 회원이 새로 참여하여 한층 활발하게 콘서트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실용음악가인 오재화 님이 회원으로 참여하기로 하여 여러 가지 힘을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순희 위원장께서 건강이 여의치 않아 병원행을 하시게 되어 모두 걱정을 안게 되었습니다만, 어서 쾌차하시기를 빌며 연습에 더욱 열심히 매진하였습니다.
ㅇ 콘서트가 열리기 전날까지 윤송 14회, 퍼포먼스 16회, 시극 11회, 개인낭송 13회, 듀엣낭송 7회, 수필낭
독 5회 등 모두 21차 66회에 걸친 연습과 함께 틈틈이 사회 연습이 진행되었고 7월14일과 콘서트 당일에 두 차례의 무대 리허설도 가졌습니다. 무대 리허설을 제외하고 연습을 위해 연원 201명이 참여하여 회원 1인당 평균 13회 정도 연습 기회를 가졌습니다. 연습에 임하는 팀은 예정된 날, 예정된 시각에 모여 연습에 임하면 되지만, 총 지도와 연출을 맡은 회장님은 모든 연습 현장을 다 지키시며 연출과 지도에 땀을 흘리셔야 했습니다. 연습은 회원님들의 노고도 컸지만, 하루에도 시차를 두고 몇 차례 이어지는 장르별 연출과 지도를 위해 골몰하신 회장님의 노고가 너무나 컸습니다. 바로 그 노고들이 모여 오늘의 콘서트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ㅇ 이토록 열정적인 연습과 더불어 발표회 준비도 착착 진행되어 갔습니다. 팸플릿 및 현수막 제작, 초대장 발송, 찬조 출연진 섭외, 음향 및 조명 설비 섭외, 배경 음악, 소품 등등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어 갔습니다. 특히 회장님은 연출과 지도를 위해 바쁘고 힘드신 와중에서 배경음악의 선곡과 편집을 위해서 숱한 날들을 밤을 하얗게 밝히시기도 했고, 윤송팀과 퍼포먼스 팀은 효과적인 공연을 위해 사비를 털어 무대의상이며 소품을 준비하기도 하였습니다. 협회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여 배경음악이며, 의상과 소품 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 바랄 뿐입니다. 최순희 위원장님은 건강이 어려우신데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 스폰서를 섭외하여 협회의 재정에 도움을 얻게도 하셨습니다.
ㅇ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서로 돕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연습에 적극 참여하여 기량을 닦아 나가는 것은 물론, 발표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구은주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들이 콘서트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협찬금을 쾌척하셨습니다.
우리가 애용하는 ‘맛이랑멋이랑’에서는 대형 현수막을 협찬하시고 가게 앞에 계속 게시하여 콘서트의 홍보에 크게 이바지해 주셨으며, 특히 김창준 후원회장님께서는 우리 협회의 활동과 콘서트를 적극적으로 성원하시어 물심양면의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전 회원과 더불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ㅇ 이러한 사랑과 관심, 참여와 협동 속에서 대망의 콘서트, 그 날 그 시각은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만, 와병 중이신 최순희 위원장과는 끝내 함께 하지 못해 너무나 큰 아쉬움을 안고 무대에 서야 했습니다. 빠른 쾌차를 빌며 최 위원장님이 출연하기로 한 시극은 편영미 국장이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막이 오릅니다.
2. 드디어 푸른 열정 속으로
ㅇ 6시가 넘어서자 선주문학회 박태원 회원님을 비롯한 관객들이 모습을 보이면서 객석들이 메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축하 화환도 속속 답지했습니다. 선주문학회의 대형 화환을 비롯하여 (주)카이치랜드, 재능시낭송회, 한국명시낭송가협회, 느티나무독서회, 도사모, 광개토건, 지례고동창회 등에서 화환이 도착하고 그 외에도 회원 개인 앞으로 온 화환이 많았습니다.
ㅇ 회원님들의 손길이 바빠졌습니다. 김명자, 한외복, 조미경 회원님은 내빈을 위해 코사지와 방명록을 준비하고, 관객을 위해 팸플릿과 간식, 음료수를 마련하여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나누어주고 내빈을 안내하였습니다. 내빈으로 선주문학회 장재성 회장을 필두로 하여 구미시정책기획실 엄상섭 국장, 의성문협 장효식 지부장과 이용섭 전지부장, 구미수필 박순이 회장, 재능시낭송경북지회 안영희 지회장, 성주도서관 김영재 관장, 영진전문대 평생교육원 이수남 교수 등 많은 내빈과 함께 120여 명의 관객이 객석을 메워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ㅇ 스텝진도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음향에는 전문 업체에서, 회장님이 일체를 준비한 배경 음악은 손지수, 조명과 무대 보조는 오진영, 오진섭 형제가 맡았습니다. 손지수는 회장님의 자제, 오진영 형제는 오재화 회원의 자제입니다. 모두들 협회를 사랑하는 마음들입니다. 무대 배경 영상은 이일배 자문위원이 제작, 상영을 맡았습니다.
ㅇ 7시5분, 드디어 역사적인 제2회 시낭송 콘서트 무대가 열립니다. 오프닝 사운드로 영남대 국악과 출신 손지원 님의 25현 가야금, 김다빈, 박나울 님의 아쟁 합주가 잔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울려 퍼집니다. ‘B rossette’와 ‘황진이 OST ’꽃날’이 연주됩니다. 객석은 조용해집니다. 연주는 절정에 오릅니다. 25현 가야금과 아쟁의 합주는 평소에 감상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음악입니다. 감동에 젖던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쏟아지면서 사회를 맡은 김미성 회원의 멘트가 이어집니다.
ㅇ 바쁘신 일과 무더위를 무릅쓰고 와 주신 관객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는 사회 인사와 함께 열정의 계절 여름을 맞아 ‘시의 푸른 열정 속으로’ 안내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김미성 회원은 이 순간을 위해 숱한 연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 순서로 구은주 회장님과 이권주 부회장이 함께 하는 듀엣 낭송과, 내빈 소개, 인사말 순서를 소개합니다.
ㅇ 먼저 이권주 부회장이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박두진의 ‘청산도’를 굵직하고도 우렁찬 목소리로 낭송하며 등장합니다. 뒤 이어 구은주 회장님이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라는 서정주의 ‘신록’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며 등장하여 서로 몇 구절씩 주고받을 때 스크린에서는 푸르고 우람한 산이 어우러집니다. 듬직하고도 감미로운 혼성 듀엣의 목소리가 객석으로 메아리져 나갈 때 관객들은 모두들 숨을 죽입니다. 그 숨 속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를 감추고 있었습니다. 낭송이 끝났을 때 객석은 엄청난 박수의 천둥이 몰아쳤습니다.
ㅇ 낭송이 끝나고 회장님은 차분한 음성으로 콘서트를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대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우리 협회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는 김창준 회장님을 비롯한 오늘의 콘서트를 축하해 주기 위해 걸음해 주신 내빈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해 나갔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정겨운 박수로 맞이했습니다.
ㅇ 회장님의 인사말씀이 이어집니다. 두 번째를 맞이하는 이 시낭송콘서트가, 이 잔치가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고양시켜, 그 삶에 푸름과 열정을 더해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
다. 좋은 콘서트가 되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는 말씀에 이어 우리의 열렬한 후원자이신 김창준 회장님을 무대로 초대하여 축하의 말씀을 청했습니다. 김 회장님은 우리 협회의 창립 때부터 가져온 관심과 애정에 대한 회고와 함께 더욱 무궁한 발전을 확신하는 말씀으로 격려와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구은주 회장님은 “삶이란 무지개를 잡으러 떠나는 것//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소낙비가 내리기를 기도하라.…”는 기업가이시며 시인이신 김 회장님의 자작시 ‘삶’의 낭송으로 화답합니다. 그 ‘소낙비’가 바로 당신의 삶과 우리 협회에 대한 애정이요, 열정이라 여겨집니다. 객석에서 그 열정을 축복하는 뜨거운 박수가 울려 퍼집니다.
ㅇ 수필가인 이일배 회원의 수필 낭독 순서가 이어집니다. 무대에 등장한 이 회원은 자작 수필 ‘샐비어’를 낭독하기 시작합니다. 그 긴 글을 다 외운 듯 시선은 줄곧 관객을 향하면서 차분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로 낭독해 갑니다. 샐비어를 통해 열정적인 삶을 그려나가는 듯합니다. “……내 삶의 길이 흘러가고, 불타고 있는 샐비어가 흘러간다. 아, 나는 언제 삶을 그렇게 불태워 보았던가. 나의 불탈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라며 감회에 찬 목소리로 낭독을 마칠 때, 관객들의 감동에 찬 환호 소리와 열렬한 박수 소리가 장내를 휘덮습니다.
ㅇ 샐비어가 불타던 장면이 바뀌면서 고독한 나무들이 서 있는 장면과 함께 신영이 회원이 하얀 드레스에 길고 노란 천을 두르고 등장하여 유연한 율동과 함께 고정희의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를 낭랑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노란 천을 휘두르기도 하면서 목소리를 엮어 나갑니다. 장내는 고요 속으로 함몰되어 버립니다. 낭송이 끝나고 잠시 호흡을 멈추었다가 물러서서 인사할 때 그제야 관객들도 놀라서 깬 듯 박수가 쏟아집니다.
ㅇ 참 기대도 큰 ‘독도 만세를 부르자’를 표제로 하는 퍼포먼스 순서입니다. 스크린엔 독도가 떠오르고 편영미, 조유진, 이귀숙 회원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독도 만세(이근배)’, ‘새 아리랑(문정희)’, ‘독도(고은)’를
섞어가며 격정적인 목소리로 낭송합니다. 한 연씩을 주고받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을 굽혔다가 펴면서 위치를 바꾸어가며 절규하듯 팔과 손을 흔들고 화면에는 독도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흘러갑니다. 세 회원의 힘찬 낭송 소리와 함께 목소리와 몸짓은 더욱 절정으로 치닫고. ‘독도 만세!’를 부르짖는 장면에 이르러 대형 태극기와 몇 개의 작은 국기가 공중으로 솟아오릅니다. 다시 한 번 ‘독도 만세!!!’를 목청껏 외치며 “내 국토의 살 한 점 피 한 방울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서로 얼싸 부둥켜안고/ 영원한 독도선언을 외치자/ 하늘도 땅도 바다도 목청을 여는/ 독도 만세를 부르자.“라며 비장하게 끝맺을 때, 보는 사람들은 모두 전율이 솟구칩니다. 애국 정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열연한 무대였습니다. 오늘 제헌절 국경일에 태극기 모습이 더욱 뚜렷한 영상으로 새겨졌습니다.
ㅇ 폭발할 것 같은 이 열기를 좀 가라앉혀야겠습니다. 조용한 피아노 음률이 흐릅니다. 언제나 신사다운 풍모를 잃지 않는 임종식 회원이 등장합니다. “너의 집을 지어주마/ 사랑하는 사람아…” 부드럽고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천천히 객석으로 퍼져 나갑니다. 스크린에는 초원에 은밀히 서 있는 한 채의 집이 보입니다. 관객들은 모두 사랑에 빠진 듯했습니다. 모두들 누구를 생각하며 이 낭송의 목소리를 들었을까요. 참 감미로운 박수소리가 달콤하게 울려 퍼집니다.
ㅇ 찬조 출연 순서로 중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숙현(소프라노), 이광호(테너) 선생님 그리고 피아노 반주 서민하 선생님의 무대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그대가 꽃이라면’, 우렁찬 목소리의 ‘박연폭포’ 그리고 두 선생님이 함께 부르는 ‘Time to say goodbye’가 이어지면서 객석은 아주 청량하게 정화되어 갑니다. 연주 중에는 출연진의 요청으로 장내의 에어컨 작동도 중지했습니다만, 노래의 감동은 더위도 모두 잊어버리게 했습니다. 낭송콘서트의 아름다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어 갔습니다.
ㅇ 콘서트가 절정에 치달으면서 윤송 순서가 이어집니다. ‘그 여름 속으로’를 주제로 하여 이복희 회원이 ‘여름일기(이해인)’, 김미성 회원이 ‘여름 숲에 들다’, 김명자 회원님이 ‘혹서일기(박재삼)’, 이일배 회원이 ‘여름 속으로(윤수천)’, 조미경 회원이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이채)’를 외며 차례대로 무대에 등장합니다. 사회를 맡은 김미성 회원과 유일한 남성인 이일배 회원만 의상이 다르고, 세분은 핑크색을 바탕으로
한 예쁜 드레스를 갖추어 입으셨네요. 여름의 열정과 정서를 새기는 시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한 연 씩 주고받습니다. 한복판에 선 이일배회원은 “뜨거운 맨살의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악동들 다시 불러 모아/ 온 산천을 발칵 뒤집어놓고 싶다”라고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습니다만, 돌아갈 수 없는 ‘뜨거운 맨살의 땅’에 대한 그리움을 생각하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늘 만들기(홍수희)’를 다 같이 낭송하면서,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에서 목소리를 함께 모으면서 윤송을 끝낼 때 객석은 함성과 박수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박수소리는 모두들 퇴장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ㅇ 윤진희 회원의 정일근 시 ‘둥근, 어머니의 두레 밥상’의 낭송이 이어집니다. 윤 회원은 어머니의 심정과 모습이 되어 구성지고도 정감 있게 낭송해 갈 때 객석도 윤 회원과 한 심정이 되는 듯했습니다. 목소리 하나하나, 모습 하나하나에 귀와 눈을 떼지 않습니다. 감동에 젖는 모습입니다. 윤 회원님은 이 시의 낭송으로 어느 낭송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상을 받을 때와 같은 박수소리가 장내를 메웠습니다.
ㅇ 이제 콘서트는 막바지에 이르면서 대망의 시극 ‘시 낭송, 그 어우러짐’이 펼쳐집니다. 이권주 부회장의 대본, 연출로 이권주, 편영미, 한외복, 김명자 회원이 등장하여 이 부회장의 사회로 시낭송의 맛과 멋에 대한 대담을 주고받다가 각자의 애송시를 낭송하는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이 부회장은 ‘산중문답(조지훈)’을 걸쭉하게, 편영미 회원님은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를 아주 감미롭게, 한 회원님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을 정감 있게 낭송하는 사이
에 관객은 낭송의 맛과 멋에 빠져듭니다. 마지막으로 시조창에 조예가 깊은 김 회원은 시조와 낭송과의 관계를 말하면서 시조창을 장구를 치시면서 들려줍니다. 창을 하는 김 회원 뒤에서는 한국무용가 이숙희 님의 아름다운 안무가 펼쳐지면서 환상적인 무대를 이룹니다. 연기를 마친 배우들이 모두 손을 잡고 서서 허리 굽혀 인사를 합니다. 객석에서는 다시 환호와 함께 해일 같은 박수가 터집니다.
ㅇ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에필로그 무대는 실용음악가인 오재화 회원과 기타 연주를 즐
기는 구은주 회장님의 기타 노래 연주 무대입니다. 보면대를 앞에 놓고 두 분이 자리를 잡습니다. 먼저 ‘바위섬’이 유려한 화음을 이루면서 연주됩니다. 오 회원님의 구수한 목소리와 구 회장님의 유리알 같은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노래는 절정으로 치닫다가 내려와 끝납니다. 객석에서는 함성과 ‘앙콜’이 터집니다. ‘소양강 처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 흥겨운 템포에 객석에서는 박자를 맞추는 손뼉이 터져 나오고, 흥을 참지 못한 윤진희, 한외복 회원님이 객석 앞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무대도 객석도 모두 한 덩어리가 됩니다. 모두가 배우이고 모두가 관객이 됩니다. 노래가 끝나도 박수소리는 끝날 줄 모릅니다.
ㅇ 그 함성과 박수 소리를 뚫고 사회자의 마지막 멘트가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모두가 하나 되어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내년에는 더욱 좋은 무대가 되게 하겠다는 다짐의 말로 안녕히 돌아가시라 할 때 장내에는 ‘작별의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푸른 열정 속을 치닫던 잔치가 끝납니다. 흥성했던 무대가 막을 내립니다. 관객들은 모두 썰물 되어 홀을 빠져 나갑니다. 김창준 회장이 축사에서 ‘오늘 『여름 ․ 시의 푸른 열정 속으로』라는 시의 향연을 만끽하면서 여러분들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 빈다.’고 기원했던 것처럼, 관객들의 삶이 조금은 아름다워졌을까요?
3. 흥성했던 잔치가 끝나고
ㅇ 모든 출연자들과 객석을 지켜준 내빈들이 함께 어울려 기념 촬영을 합니다. 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기도 합니다. 이 감격의 장면들을, 그 순간들을 오래오래 새기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영원히 남겨 두고 싶은 염원입니다. 모두 깊은 감회에 젖습니다. 아, 그런데 내일부터는 우리 뭘 해야 하지요?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하지요? 내일 아침 산책길을 걸으면서는 무엇을 외야 하지요? 길 떠나는 차를 기다리는 시간에는 또 무엇을 생각해야 하지요? 갑자기 할 일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빠져나가버린 듯한 기분입니다. 오늘 열심히 낭송했던 시들을 내일도 실감나게 욀 수 있을까요?
ㅇ 모든 것이 빠져 나간 듯한 가슴에도 남은 게 있습니다. 환호가 남고, 박수소리가 남아 있습니다. 어렵고 쓸쓸할 때 충분히 힘이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또 남은 게 있습니다. 나의 애송시와 더불어 퍼포먼스를 하면서, 시극을 하면서 윤송을 하면서, 함께 시를 외던 즐거움입니다. 함께 아름다운 인정을 나누던 기억들입니다. 더욱 따뜻하게 가꾸어 나가야 할 즐거움이요, 기억들입니다. 그 풍성히 남은 것들을 안고 빨리 갑시다. 뒤풀이의 장으로-. 가슴에 가득 남은 것들을 안주 삼아 한 잔 걸쭉하게 해야지요-. 회장님! 그동안 지도에 연출에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잔을 더욱 높이 드리겠습니다.
ㅇ ‘멋이랑 맛이랑’에 모두 모였습니다. 김창준 후원회장님, 허광희 시인을 비롯한 대구 먼 길을 마다않고 오신 손님들, 의성문협 장효식 현회장님, 이용섭 전회장님을 비롯한 의성에서 달려 와 주신 분들, 그리고 오늘 출연과 수고를 함께 해준 모든 분들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성찬으로 차려진 상 앞에서 회장님이 오늘의 아름다운 콘서트를 서로에게 축복하고 그 수고도 서로를 위로하자는 인사말씀을 하십니다.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주신 김창준 회장님에 대한 감사 말씀도 잊지 않으십니다. 자문위원님은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가 시인 김 회장님에 대한 칭송의 말씀에 이어 건배를 요청합니다. 오늘의 콘서트를 기리고 더욱 아름다운 낭송가협회가 되기를 비는 김 회장님의 건배로 자리가 무르익어갑니다.
ㅇ 술잔을 부딪칩니다. 오늘의 고심과 수고, 보람과 영광을 서로 기리며 술잔을 듭니다. 오늘의 무대는 어떠했고, 누구의 낭송이 어떻게 감동적이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이고-. 무대를 돌아보는 말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오늘은 좀 접어 두기로 합니다. 즐겁게 잔을 나누기로 합니다. 며칠 후에 평가·반성회의 자리를 따로 가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정의 물결이 넘칩니다. 파도가 되어 출렁입니다. 아,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을까요? 먼 길의 차 시간을 놓칠 수 없는 사람이 먼저 일어나도 자리는 파해지지 않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노래방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오늘 다 비워버린 가슴을 채우러 가야죠. 오늘 같은 날 어찌 노래가 빠질 수 있겠습니까? 모두들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 애쓰심들이 우리의 삶을 이리 아름답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며칠 뒤 평가회 자리에서 다시 만납시다. 여름 밤 바람이 오늘은 참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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