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설은 다소 우울했다. 얼떨결에 찾아와 얼떨결에 그냥 떠나버린 느낌이다.
명절이라도 온식구들이 100% 모이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내 주변 친구나 집안의 상황,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한 고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막내아들 한별이와 조카 다운이가 참여하지 못한 섭섭함은 컸다.
한별이야 군인이니 그렇다손치더라도 다운이는 고3 공부 때문에 못 왔단다.
'온 식구들 다 명절 쇠러 갔는데, 혼자 남아 학원을 간다? 학원은 명절 때도 운영하나?'
제수는 딸이 공부 때문에 안 간다고 해서 내버려두고 왔단다. '과연 그랬을까?'
'혹시 갈 필요 없다고 판단해서 너는 남아 공부나 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본인이 오지 않으려 했든 부모가 갈 필요 없다고 했든간에 동생 부부에게 매우 섭섭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동생의 어정쩡한 태도가 일단 마음에 안 들고
시댁을 배려하지 않고 멋대로 판단해 버리는 듯한 제수씨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며칠 전부터 고3 올라가는 딸은 못내려 올 것 같다는 동생의 말이 참으로 섭섭해서
정색을 하고 아무리 고3이라도 명절에는 같이 봐야 된다며 내려오게 했거늘
끝내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한 실망이 컸다. 동생은 분명 잘못하고 있었다.
나는 명절의 의미는 가족간의 만남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모처럼 부모 형제가 다 모여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얼굴 마주하면서
만남의 축제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만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명절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니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 내 기본 생각이다.
갈수록 핵가족화되면서 앞으로 더더욱 가족 전체의 만남은 소원해질 터인데,
가족들 모임에 빠지는 태도 자체는 매우 적절치 못함을 천명해 둘까 한다.
더구나 부모라면 명절의 의미를 제대로 정확하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가족들 모임에 빠져도 괜찮다는 생각은 함께 나눠야 할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스스로 깨뜨리는 매우 이기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한결이는 2,3학년 때 2년이나 안 왔다면서 그렇게 했던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치부해 버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동생의 태도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던 것도 사실이다.
나 같으면 만사를 젖혀두고 데려왔을 것이다. 설령 싫다고 할지언정 설득해서라도.
이런 저런 생각에 이번 설날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도 몇 장 찍어두지 못했다. 몇 안 되는 사진이지만 올려 본다.
집안의 귀염둥이 채윤이가 벌써 중학교를 졸업했다. 애완견 코코를 안고 이렇게 포즈를 잡았다.
돌아오는 3월 초에 일반계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이다. 국,영,수 중에서 국어를 특히 잘 한다.
이서준 군, 축구도 잘해서 친구들한테 인기가 좋다. 불쑥불쑥 내미는 말마다 의젓함이 끝없이 배어난다.
태어난 지 2년 된 또다른 식구인 '코코'는 낯선 곳에 와서도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겁먹을 때는 앞다리의 한쪽을 들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모습을 가끔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방과 거실 곳곳을 오가면서 식구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의 결승전 경기를 보느라 티비에 눈을 매달고 있는 장면인데
잠시 카메라를 쳐다본 동생의 눈이 너무 매섭게 나온 듯하다.
'이원장, 왜 화났어? 아니면 어디 마음이 불편한 데라도 있는감?'
지우려다가 삼형제 사진은 이것밖에 없어서 그냥 남기기로 했다.
오후 늦게 막내동생네가 세배차 친정집을 찾았다. 두 조카는 설빔을 멋지게 차려 입었고.
막내 부부와 외손자 성빈, 성준의 세배를 받는 부모님,
귀여운 외손자들에게 세뱃돈을 주기 위해 지갑을 여시는 아버지, 어머니
이날 부모님의 지갑이 많이 얇아지셨을 것이다. 손자, 손녀는 물론
특별히 수고한 며느리들에게도 세뱃돈을 건네주셨으니까.
큰외삼촌인 나한테도 이렇게 정중하게 세배를 했다. 세뱃돈은 얼마나 줄까?^^
둘째 외삼촌한테도
막내 외삼촌한테도
친정집에 들어오자마자 친정아버지를 찾으면서 "우리 영감님 어디 가셨어?"
이렇게 걸쭉한 말로 사람을 웃기더니, 한동안 그 목소리는 온 집안을 계속 맴돌았다.
늘 명절만 되면 '백세주' 한 세트를 사가지고 와서 장인을 감동시켰던 김서방
올해는 '화랑'이란 술 한 세트를 사 왔다. 그런데 곧 그 술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경상도에서는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 반면에 우리 고향
충청도에서는 떡국에 가래떡보다는 만두를 더 많이 넣어서 먹기 때문에
거의 만두맛으로 떡국을 먹는 느낌이 강하고, 또 그런 맛을 즐기는 편이다.
경상도 사람들에게는 낯선 음식에 가깝기 때문에 먹기가 어떨지?
김서방의 경우는 아직까지 적응이 잘 안된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나는 두 그릇 정도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을 정도인데.......
듬직한 김서방이 좋다. 내 동생 금주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는 남편이기도 하지만
개구쟁이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도 훌륭하다. 아들들에게 큰 욕심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키우고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너그러움이 부러울 정도다.
오늘도 김서방은 저녁을 먹으면서 내가 권한 소주 한 잔을 마셨고
가볍게 건넨 나의 말에 성심껏 화답을 하면서 그 성실함을 증명했다.
외갓집에서 한참을 놀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길을 나선 동생 부부,
사정이 있어 자가용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 부부가 태워주기로 하고 함께 나섰다.
집을 나서기 전, 외삼촌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두 형제는 멋진 포즈를 이렇게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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