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쯤 잠에서 깼다. 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적막감을 깨는 산골짝의 소리다. 몸을 일으켜 다락방 아래 작업 공간으로 내려섰다. 불을 켜니 엊저녁 잠자리에 들 때의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테이블 위에 얹힌 것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며칠째 그 자리에 별 소용도 없이 방치되어 있는 것들이다. 없애버리자니 아깝고 그냥 두자니 눈에 거슬리는 것들 뿐이다. 언젠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늘 그렇게 지저분하다. 솔직히 요즘은 만사가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핑계에 불과하다고? 좋다. 핑곗거리로 삼고 싶은 게 있다. 요즘의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이 너무 암담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거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모든 면에서 희망은 별로 보이지 않고 악재만 자꾸자꾸 쌓여가는 현상들을 보면서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뻔뻔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와 여당(내란당)의 국민 우롱조 개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스트레스만 쌓이고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입으로 쌍욕이 저절로 터져나오는 지경이다.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할 헌재(헌법재판소)는 국민적 여론을 외면한 채 대통령의 탄핵 여부 선고를 자꾸만 미루고 있다. 예상보다 2주 이상 늦어져서 미칠 지경이다. 오늘이라도 언제 선고하겠다는 통보를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반응이 없다. 정답이 뻔한데 자꾸 미루는 이유가 뭘까? 헌법수호의 보루인 헌재의 재판관들이 내란 세력에 의해 크게 위협을 받거나 매수되어 양심껏 판단하지 못하고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가? 이성을 잃고 탄핵 기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늦추는 것은 아닐까? 참으로 걱정되어 미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