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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한 청도 나들이

사진과 함께

by 우람별(논강) 2009. 12. 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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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김장 김치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버지는 마지막 영업을 위해 일터로 가시고

우리 부부는 어머니를 모시고 청도 일대를 둘러보기로 하고 집을 출발

 

가창댐을 지나 비슬산 고갯마루를 넘으니 청도의 각북면,

구불구불 다시 내려 풍각으로 이어 달리니 탑 하나가 눈에 번쩍 띈다.

 

청도봉기동3층석탑(보물 112), 상륜부만 없을 뿐, 2층 기단, 탑신, 옥개석 등이 고스란하다.

 

 풍각은 장날이었는지 사람들이 많이 붐볐고, 장터를 빠져나와 청도읍 방향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 다리 아래로 가을빛이 무성한 개천이 보여 차를 세우고 그곳을 배경으로 한 장면 담아 보았죠.

 

아이고, 우리 엄니, 허리가 조금 휘어버렸네요,

오른쪽 어깨를 좀 올리려서 자세를 잡으시질 않고.^^ 

 

 아내(명혜당)의 타이타닉 흉내 요구에 어머니 손을 들어보았는데 어때요?

 

 갈대인지 억새인지 그 위로 비치는 하늘빛이 너무 좋습니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는 날씨가 느껴지나요?

 

풍각천의 갈대, 저 멀리 보이는 비슬산, 그리고 청명한 하늘,  

 

우리 어머니의 옆모습, 젊었을 때는 얼마나 이뻤는지 모른다며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툭하면 자랑이 늘어지십니다. 

 

 고부간의 모습은 잘 어울리나요?

 

 이서면 서원리의 자계(紫溪) 서원, 탁영 김일손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 조선 중종 때는

'운계(雲溪)서원'이란 이름으로 세워졌다가 현종 때 '자계서원'으로 사액(賜額)되었다고 합니다.

 

 영귀루,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연상시키는 누각인데 그 위에 잠시 올라보기도 했어요.

 

무오사화 때 화를 입은 탁영 선생(1464-1498)은 당시의 젊은 학자로서 이런 시를 남기기도.....  

 

 

 영귀루 옆의 500년 된 은행나무는 은행열매를 무수히 떨어뜨려

그 특유의 콤콤한 냄새를 여기저기 흩뿌려댔습니다.

밟고 지나가야 할 때 잠시 괴로웠답니다.

 

 영귀루에 올라서 정면으로 바라본 서원의 정면, 오른쪽으로는 사당인 존덕사(尊德祀)가 있고

왼쪽으로 고풍스런 주사(廚舍)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서원의 전형을 보여주더군요.

 

 

 유등지 가에 '군자정'(안동의 임청각에도 군자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성이씨 분들은

그 이름을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음.)을 세워

연꽃이 한창 피어날 때는 특히 이 정자에 앉아 온갖 풍류를 만끽했을 것만 같다.

 

 

 어머니의 화려한 웃옷, 모자가 배경에 잘 어울리지요?

 

 유등지 주변이 고성(철성)이씨들이 동족부락을 이루며 살았던 곳임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군자정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방향으로 약간 올려다보면 고성이씨 조상들의 흔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충신, 열녀, 효자가 났음을 알리는 홍살문이 있기도 하고 조상들의 묘역인 듯한 곳에는

후손들의 정성과 존숭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나 할까요? 지나치지만 않으면 봐 줄만 하지요. 

 

 청도나들이에서 돌아와 망우당 공원 내, '밥먹고 갑시다'란 보리밥집에 갔어요.

어머니께 괜찮은 음식을 사드리려 해도 그럴 필요없고 집에 가서 먹자는 것을 그래도

좋아하시는 보리 비빕밥이라고 들고 가자 했더니 그것은 좋다고 하십니다.

보리밥 3그릇을 주문하니 먼저 따끈따끈한 숭늉을 먼저 들라며 가져다 주네요.

맛있는 보리밥 사진은 먹기 바빠  남겨두지 못했고, 1그릇에 4,000원인데 먹을만 합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이곳을 찾는지 인산인해랍니다. 한 그릇에 2,500원 하던 때도 있었는데

가격은 많이 올랐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만족도는 높은 것 같아요.

또 주인 할머니의 온 식구들은 여기에 매달려 살고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일손이 모자라니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모두가 동원되고

그것도 모자라 직원들 몇 더 쓰면서 장사를 한다네요.

어찌 어머니가 그렇게 잘 아시냐고 했더니,

손맛 좋은 주인 할머니를 벌써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고 합니다. 

가는귀를 먹어서 남의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해도 얼마나 인심이 좋은지

남에게 베푸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칭찬이 늘어지네요. 

 

 점심을 배불리 먹고 어른집에 들어오니 오후의 햇빛이 거실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추운 날씨이지만 방에 들어오니 아늑한 것이 얼마나 좋던지요. 효목시장 안 단독주택에 사실 때

그 추운 방에서 보일러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면서 사셨던 시절을 생각하면

진작에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하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가 생기고 장남으로서 아주 죄송합니다.

13층 아파트 뒷베란다에서 팔공산 쪽 K2 비행장 방향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부모님은 이렇게 탁 트인 장면을 간혹 보면서 삶의 여유를 찾으시곤 한답니다.

 

옷을 갈아 입고 아버지의 사업장으로 나오신 어머니,

아버지는 점심도 못 잡수시고 소주 몇 잔에 떡뽂이 안주로 시장끼를 때웠다 하십니다.

우린 보리밥으로 잔뜩 배를 불렸는데, 어찌하죠? 죄송함을 토로하니 괜찮다며 소주 한잔을 더 드시네요.

오늘까지만 장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 근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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