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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 22회 동기회 번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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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람별(논강) 2023. 6. 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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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 22회 동기회(장순균 회장) 회장단이 번개 모임을 제안해서 지난 6월 2일(금) 오후 6시 30분에 친구들 몇몇이 대구 신천역 부근 고향칼국수집에 모여 막걸리 한 잔씩 나누면서 그간의 안부를 서로 물을 수 있었다. 모임을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참석해 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은데, 다들 바빠서 그런지 소수의 10명 동기들밖에 모이지 못했다. 이름을 적어본다. 순균, 일한, 재현, 용수, 성곤, 영활, 무수, 태섭, 권주, 윤록 등 10명이다. 특히 윤록이는 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4시 30분에 퇴근 부리나케 차를 몰아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6시 40분 정도였는데 내가 마지막 도착이었다. 많이 시장하던 차에 푸짐한 안주에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니 그 맛보다 좋은 게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다. 이야기 안주삼아 주고받는 술잔이 정겹다. 그렇게 몇 잔 술 나누다보니 얼굴이 불콰해지고 친구들도 여기저기서 말 수가 점점 많아지는가 싶을 때, 이제는 귀가할 때가 되었다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우리 회장님의 멘트가 들린다. 왠지 아쉬움이 크다. 그래, 다음 또 기회를 잡으면 되지 뭐.

박변호사는 시낭송가와 함께 셀카 한 장 같이 남기자면서 내 옆에 다정스레 선다. 박변호사는 팔공산의 암벽을 틈만 나면 오르내리는 등산광이다. 거의 도인(신선)의 경지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며 친구들은 그를 박도인이라고까지 칭한다. 한 때 90킬로가 훨씬 넘는 육중한 몸매를 지녔던 그가 하루에도 대여섯 시간씩 걷고 또 걷고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하면서 이젠 날씬한 몸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의 집념과 의지에 큰박수를 보낸다. 가끔씩 시도 발표하는데, 그의 독특한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있어서 친구들의 평가가 좋다. 

 

아쉬움을 남긴 채 동기들과 헤어지고 동기회장인 순균이와 이런저런 얘기도 좀 나눌 겸해서 고향칼국수 식당에서 칠성시장 지하철역까지 한참을 걸었다. 위의 사진은 칠성시장 부근의 야시장의 모습을 칠성교 다리 위에서 찍은 것이다. 70년대 중반이었던가? 신암반석에 높이 솟은 모교 주변에는 얼핏 봐도 가난함에 찌들려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는데, 새 천년을 맞고 어느덧 20년이 더 지난 요즘은 겉만 봐 가지고는 사람들의 실태, 실체를 도저히 알 수 없다. 표리부동이다. 온통 저 밤거리의 불빛과 주변 환경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그 속내를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1년간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들어보면 좋은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식민지 시대를 살던 지식인들이 느꼈던 정신적 고통과 부적응이 소설가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 투영되어 있었던 것처럼, 요즘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양심적 국민, 정치인, 종교인, 지식인이라면 무엇인가에 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된 것 같다.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를 일일이 열거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총체적으로 그렇다고 본다. 이대로 계속 되다가는 언젠가 대한민국이 전쟁의 화마에 휩싸일 것만 같고, 구한말 때처럼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생긴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으나 매국노들이 판치는 세상이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국민들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기득권 세력들과 손잡고 온갖 협잡질로 우리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듯하다. 하루빨리 여기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상이 그럴진대 60대 이상의 나이 많은 사람들 배부분은 모르고 있거나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시간이 좀 지나면 펄펄 끓게 될 그릇 속에 들어앉은 개구리가 일시적인 따스함에 취해 가만히 있기만 하는 형국이 아닐까 싶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60대 중반의 내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그런 범주에 속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