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는 환갑을 맞아 조촐한 예순 번째 생일행사를 가졌다. 농막인 열호재에서 나와 아들 이렇게 셋이 모여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오늘 아침 일찍 카톡을 통해 경주의 모처에서 1박2일 모임 중인 아내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냈고, 오후 4시 경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에게 꽃을 한아름 준비해서 가슴에 안겼다. 못믿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남편한테 처음 받아보는 꽃다발이어서 그랬을 것 같긴 하다. 환갑을 기해 약속한 것이 또 하나 있어서 밝히면, 내년 8월 휴가 프랑스 여행 때 왕복 항공료와 7박 9일간의 숙박비를 남편인 내가 감당하겠다는 것! 그래서그런지 요즘 연신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아내가 환갑을 맞아 키카오스토리에 쓴 글을 아래에 인용해 본다.
60년이라는 바퀴가
나에게 굴러왔다.
호랑이해에 태어난 아이는
다섯차례나 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채
세상 곳곳을 누비고 다니다가
이제는
거울 앞에 돌아와
얌전히 앉았다.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일 테지만
작년, 올해에 걸쳐
수시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하여
엄마와 큰언니가
넘기지 못한 나이를
드디어 오늘
나는 얻었다. 어떤 면에서는
꿈처럼 휘리릭 지나온
삶의 여정인데
때때로
엄마, 아버지,큰언니가
눈 앞에
나타나고 사라지며
말을 걸어온 적이
제법 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톺아보고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며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자리매김해 두고서
묻고 또 물어본다. 나에게 남은
삶의 몫은
얼마만큼일까?
안치환의 노랫말처럼
얼마나 더 걸어가야
내가 선 이곳을 사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걸어가야
이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 20년지기 모임에
서둘러 달려가는
차 안에서도
마음의 높낮이가
들쑥날쑥할 따름이었다.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의 이야기를
눈시울 붉혀가며
귀기울여 들어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지난 20년간
나는 버텨낸 것 같다.
대게 다리를 뜯고,
뱅쇼를 마심으로써
6명의 만찬이 열렸다.
와인 2 병과
자몽, 레몬, 오렌지, 생강, 계피, 꿀이
어우러진 뱅쇼를 통하여
따뜻한 기운이
몸과 마음 가득 채워지기를 바랐다.
커피, 과일, 크래커,
초컬릿으로 배를 불리고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또 커피를 마시고,
두 번째 밥과 함께
데크에 쪼그리고 앉아
고등어를 갈비처럼 정성껏 굽고
기어이 굴떡국을 끓여먹이는
마음과 마음~~ 오래 이어져 내려온 동네의
번듯한 집
대문 앞에서 헤어지기 직전에
한 마디의 말을 던졌다.
그대들과 함께
생일을 보내게 되어
무척
뜻깊은 날이었노라고.
뜻밖의 멘션에
깜짝 놀란 표정은
그들의 몫.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가운데
몽글몽글한 기분으로
골목을 빠져나와
숨어있던 질주 본능을 되살렸다. 열호재에서
안심 스테이크(?),
치맛살, 들깨버섯탕,
김치찌개, 백김치,
잡채,
그리고
다섯 집에서 건네준
김장김치를 곁들여
밥을 먹었다.
아파트로 돌아와
아이스크림 케익을 잘라
입가심을 하고
뱅쇼를 데워 마셨다.
함께 나눈
저녁시간에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참,
언니의 금일봉에 힘입어
허세 뿜뿜 니트를 건져오고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꽃집에서
여러번 망설인 걸음 끝에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를 골랐다.
아이러니 하나:
아버지가 애지중지하셨던
아스파라거스와 몬스테라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잠자리 날개처럼
얇고 포슬포슬한 녀석을
집어안고 나올 때
나는
종잡을 수 없는
마음에 휩싸이고 말았다. 왜
내가 먼저 나서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팥죽 쑤다가 쓰러지신
엄마의 팥죽을 그리워한 나머지
새알까지 꼭꼭 씹어가며
두 끼 연속으로
팥죽 그릇을 비워낸
나의 요망함은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리버리한 상태의
나의 서랍에
맞춤형으로
내려앉은 선물이 있다.
푸르디 푸르른 껍질의
여권을 만지작거리며
움츠려있던 날개를 펴듯이
어깨를 펴고
목을 길게 느려뜨려본다.
어디론가
훨훨 날아갈 기대와
설렘으로
그간 지속되어 온
그 모~~오든 서글픔이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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