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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 78 국어과 동기 모임

여행 이야기

by 우람별(논강) 2017. 10. 2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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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어과 78동기들의 숙소는 계룡산 국립공원 내의 사유지인 솔향 펜션의 널찍한 방이었다.

당일 12시까지 숙소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차를 참 빨리도 몰았다. 도착시간 11시 57분,

출발할 때의 내비에 나타난 시간은 12시 23분이었기에 자동차의 기능을 최대한 다그친 결과가 아닐까?

 

솔향 펜션 앞에는 이런 분수가 작동되고 있다.

 

솔향 펜션은 한옥으로 튼튼하게 지은 건물인데, 방과 방들이 연속해서 길쭉하게 배치되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숙박을 할 수 있도록 건축되어 있다. 얼핏 봐도 고급풍인 것 같다.

시설과 주변 계곡의 풍광을 빌미로 주말의 하룻밤을 묵는 데 무려 45만 원을 요구할 만하다.

열 명의 남녀 친구들이 부담없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으니..... '까짓 것, 그 정도쯤이야'

이곳의 유명세 때문에 그런지 정희씨는 겨우겨우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정희씨 고마워유.^^

 

오후 1시쯤 되어 서울, 대전, 대구, 청양, 성남, 구미 등에서 출발했던 8명의 친구들이 다들 모였고,

준비한 김밥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는데, 특히 희륜씨가 만들어 온 고들빼기 김치는 기막히게 맛있었다.

식사 후, 계룡산 자락의 갑사로 가다가 갑자기 정희씨는 길에 신원사 은행나무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서

 다소 돌아가더라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은행나무길을 걸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노랗게 물들고 싶어서다.

그러나 은행의 노란 단풍은 아직은 잘 보이지 않았다. 덜 추워진 탓이리라. 2주 뒤부터는......

 

갑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천천히 걸어 갑사쪽으로 가다가 병국이는 군밤과 구운 은행을 사서 친구들한테 골고루 나눠 준다. '알흠다운' 장면!!

 

 

 

갑사 매표소에서 아직 소식이 없는 연성 보살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조금 더 가야 갑사에 도착할 수 있단다.

 

연성은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먼저 갑사(甲寺)로 발걸음을 옮겼다. 절집 이름이 두 자인 절이 어디 또 있을까?

 

뒷짐을 지고 유유자적하고 있는 정희씨와 형주씨, 이젠 어색하지 않고 어울린다.^^

 

 

갑사의 대웅전이 벽공의 하늘 아래 그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우뚝 서서 우리를 맞았다.

 

 

저 높은 봉우리를 땀흘려 넘어 동학사까지 넘어갈 수 있으면 운동이 되련만,

오늘은 가까운 암자까지만 잠시 가 보기로 하고......  미음완보의 풍류만 남겨두자.

 

저곳에 촛불 밝히고 기도하는 불교신자들이 그렇게 많다고 누군가 얘기를 한다.

 

 

내 카메라 앞에 미소 짓는 네 여인네들, 산의 품에 안긴 듯 다들 편안해 보여서 좋소!!

 

 

암자 건너편 산의 푸르름은 간간이 붉은 빛을 띠고 있어서 40대 후반의 여인을 닮은 것 같다.

가을이 깊어 단풍이 더 붉어지고 떨어지면 우리들의 나이만큼이나 산의 얼굴도 달라지겠지?

형주씨는 썬그라스를 쓰고 산을 보니 붉은 빛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해서 얻어서 써 보니

빛의 산란이 덜해서인지 돋보기를 쓸 때의 선명함처럼 붉은 단풍이 눈에 더 쏙 들어온다.

그러나 안 보이면 뭐 어때? 나이가 들면 눈과 귀가 시원찮아서, 잘 못 보고 못 듣는 것은

어쩌면 나이에 걸맞기도 하고 오히려 건강에 좋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시 갑사로 내려와 연성 보살 상근이와 반갑게 상봉을 했는데,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대웅전 옆, 

진해당의 주련을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잘못된 해석을 제대로 고쳐 놓았다고 한다. '역쉬, 윤보살!!'

 

 

 

 

 

어느 새, 산그림자가 건너편 능선 위로 기어오르면서 일몰을 재촉하고 있다. 곧 어두워지겠네?

 

병국이는 여전하다. 머리와 눈썹이 하얘서 남다른 풍모를 지녔으나 염색하면 젊은 시절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나는 어떠한가? 옛 모습을 찾지 못해서 내 스스로가 섭섭하고 아쉬울 정도다. 삼중 턱에 수염도 안깎으면 완전 하얗다.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먹는 시간, 분위기에 젖어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너도나도 기분이 좋다.

우리가 살면서 이런 정과 그리움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깊어가는 밤에 의지해 취해보기로 한다.

 

저, 분위기에 취한 얼굴을 보아라. 어느덧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친구들도 있지만 얼마나 젊어 보이는가?

우리들은 그저 기쁨을 함께하면서 늘 이렇게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살아야 한다. 변함없는 사랑을 위하여!!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러면 더 이상 실외에선 곤란하다. 우린 젊지 않으니까?

 

방으로 돌아와 나머지 음식을 나누면서 회장님의 진행 아래,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병국이가 제일 먼저 이야기했고, 그 다음은 정희, 정섭, 형주.....

오랜만에 참여한 상근이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덤으로 우리 친구들의 성격검사를 한 번씩 해 주겠다며 돗자리를 펴면서 분위기 일신했다.

생년월일과 혈액형만 이야기하면 별자리와 연결지어 보이지 않는 성격을 술술 애기를 하는데,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의 별명이 윤 보살에서 윤 도사로 바뀌는 순간이다.

 

윤 도사는 몇 년 전부터 고기와 생선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우리가 어제 오늘에 걸쳐 섭취했던 삼겹살, 목살, 달걀, 소시지를 하나도 먹지 않았다.

멋모르고 맛있게 먹는 우리들을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래도 내가 가져간 드립커피는 맛을 음미하면서 잘 마셨다고 하니 고맙다.^^

 

 

솔향 펜션에서 우리가 나눴던 정겨운 이야기는 서로의 가슴에 잘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모임 때 다시 꺼내어 살포시 이어갈 수 있으리라. 아, 우리들의 기쁜 날이여,

 

새벽 6시경, 병국이는 친구들의 잠을 깨우지 않고 살며시 빠져나갔다.

결혼식에 참여해야 할 처지이고, 다른 친구들과의 선약도 있다니 용서해야 했다.

즐겁게 어울리다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본인의 섭섭함이야 오죽했으랴!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학교경영의 어려움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나름대로 친구들의 자문을 구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친구들도 성심껏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병국 교장께서는 그 중의 가장 와 닿는 말들을 깊이 참고하면 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정병국 교장 그대가 전문가 아닌가! 소신껏 잘 하시게나.^^

그나저나 새벽 3시까지 술 마셨으니 잠을 잔 시간은 세 시간도 채 못되는데......

 

다음 날 아침, 정윤이와 나는 새벽 산책을 위해 잠시 숙소를 벗어났으나

빨리 식당으로 식사하러 오라는 윤 도사의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돌아갔다.

식빵과 버터, 케찹, 과일, 우유 등으로 간단히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솔향 펜션을 나와 느즈막하게 도착한 곳은 마곡사란 절이다.

불심이 깊은 연성 도사는 이 절에 대한 이해 또한 매우 폭이 넓으니

우리들을 위해 즉석 문화해설사가 되어 자세한 안내를 시작했다.

 

명필로 알려진 여초 스님이 쓴 현판의 글씨부터 설명을 시작했는데

그 자세한 설명이 어느 것 하나 놓칠 것 없을 정도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해탈문'이란 현판은 웬만한 절집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한다.

 

 

마곡사는 이 태화천을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고, 동시에 극락교로 연결되어 있다.

 

저 징검다리의 풍류가 제일 맘에 든다는 상근 도사의 설명은 계속되고 있다.

 

 

 

보물 제799호,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고려말기 티벳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탑이다.

2층 기단 위에 5층의 몸돌을 올린 후 머리장식을 올린 것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이다.

 

 

 

오층석탑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금관화를 자세히 보니 참 예쁘다. 금관처럼 노란 꽃과 붉은 꽃자루가 퍽 강렬하다.

 

 

 

보물 제 801호, 마곡사 대웅보전, 앞에 보이는 기둥이 싸리나무라고 하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연성 윤상근 도사와 함께 싸리나무 기둥을 배경으로 한 컷 남기니, 그저 좋다.^^

 

 

 

 

 

 

 

 

 

윤 도사가 직접 농사지은 왕대추, 얼마나 당도가 높던지 대만족이었다. '이렇게 대추가 커도 되는겨?'

 

보물 제 800호인 공주 마곡사 영산전(靈山殿) 앞에서도 윤 도사의 설명은 계속되고 있다.

 

영산전의 내부,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놓은 곳이 아닐까 한다.

7분의 여래불상과 1,000분의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千佛殿)'이라고도 한다.

 

마곡사를 모두 둘러보고 절입구에 있는 식당가의 한 음식점을 찾아 산채비빔밥을 하나씩 주문했다.

전날 저녁의 고기 파티 때 몹시 괴로웠을 것이기에 오늘의 점심식사는 윤 도사한테는 가장 좋은 음식일 테다.

계란은 먹을 수 있는 목록에서 제외시켰는지 그 맛있는 계란 후라이는 나의 그릇으로 옮겨졌다.

 

헤어지기 섭섭하여 우린 이렇게 산채비빔밥을 먹으면서.....

 

많은 동기들이 있지만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번에 참여한 10명은 물론, 다음에는 꼭 함께하길 기대한다.

우리 회장님께서 이번에 참석한 친구들끼리 이야기한 끝에 결정한

다음 모임 장소를 단체 카톡에 공지했지만 이곳에 옮겨 본다.

 

1. 일시: 2018년 4월 7일 ~ 8일

2. 장소: 대구 인근 경산 일대

3. 복사꽃 필 때 반곡지의 복사꽃길 걷기

4. 숙소는 경산 사동에 위치한 손형주 동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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