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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영' 극단 창립 20주년에 참석하던 날

알립니다

by 우람별(논강) 2012. 10. 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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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스무 살의 나이를 먹은 극단 '형영', 참으로 위대하다.

팜플렛에 실린 극단의 연보를 봐도 그 공연 이력이 매우 화려함을 알겠다.

1992년 <돈>이란 연극을 창립 무대에 올린 후 20년이 지난 올 가을에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38회 정기공연 작품으로 <사랑이 메아리칠 때>(김태수 원작, 강순원 연출)를 상연하기까지 

차곡차곡 쌓여있는 작품들 하나하나에 숱한 사연과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얀 웃음과 검은 울음, 파란 기쁨과 빨간 애환같은 것들이 담겨 있어

연극은 그 스펙트럼의 화려함이 그 어떤 장르보다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형영' 극단이 자랑할 만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극단 20년, 놀랍다. 

그간 극단 대표를 비롯해서 많은 배우들과 스텝들이 어울려서 만들어 온 작품들,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그런 일관된 역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가능했던 것으로 보아 형영의 위대함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지치 않을 것이다.

 

20주년 기념 공연이 있던 그날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남겨 본다.

 

 남전 형이 사주는 저녁 식사로 배를 불리고 공연장인 포항아트센터를 찾아가니

홍보용 입간판에 <사랑이 메아리 칠 때>란 작품의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극장은 공연 시작시간 30분 전인데, 관람객들은 이미 길게 줄을 서 있다.

류상열 교감 선생님 부부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관객들 사이를 뚫고

극장안으로 들어가니 막바지 리허설로 바쁘다. 인사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무대에 올리기 전에 전 배우들이 숨을 고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조용히 무대 뒤로 나가서 사무실에 들어가니 최희범 선배님께서 계신다.

조명실에는 최건주(음향감독) 최소영(조명) 단원이 나를 반긴다.

최건주 선생은 "우리 열심히 했습니다." 하는 전설같은 대사로 익살을 떤다.

전설같은 대사? 모 연극 공연 때, 대사를 잊어버려 나도 모르게 나온 대사였다.

16년 전 그때를 생각하면 악몽과도 같은데, 툭하면 나를 놀리는 단원들이다.

 

언제나 청춘(나청), 광운거사 등의 호가 있는 극단 최희범 고문님께서 사모님과 다정한 포즈를 취하셨다.

사모님은 아직도 피부가 고운 미인이시다. 맏이인 재혁이의 안부를 물으니 서울에 살고 있단다.

 

제일 왼쪽의 보일듯 말듯한 사람은 누구지? 유령처럼 사진에 잡혔는데......

공연 시작 20분 전, 연극 감상을 위해서 우리도 관객석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전날에는 사람들이 하도 많이 와서 17명 정도가 되돌아가야 했단다.

공연 시간은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공연 중에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후레시 없이 살짝 눌러 보았다.

'생명 경시와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을 걱정하는 심신할미가 어떻게든

아이를 많이 낫게 하려는 책략 속에 갖가지 재미있는 얘기들을 담았다'는 박진영 대표의 마음과

'저출산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하여..... 근원적인 해결책을 사랑에서 찾아내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엮은 작품을 로맨틱 코미디에 환타지적 요소를 섞어 즐거움과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보고자 애썼다'고 고백하는 강순원 연출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중요 장면이기도 하다.

 

모든 배우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두 달 걸친 연습끝에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극단 형영과는 특별한 인연으로 극단 '형영'의 고문으로 위촉된 김태수 작가(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께서

고백하기를, "누구에게나 주지도 않은 작품이고 누구나 받을 수도 없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오랜 우정을

쌓아온 극단 '형영'을 위해 허심없이 내어드렸습니다.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해 쓴 작품이었습니다."

김태수 작가님은 극단 '형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은 분임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하튼 작가와 연출가, 배우 스텝이 조화를 이뤄서 창립 20주년 기념 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음은 우리 극단 모두의 기쁨이요,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초창기 멤버인 삼신할매(이동선 분)와 월하노인(이재훈 분)은 극의 발단부에만 잠시 나오더니

끝내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만 하고 무대 뒤에서 다른 후배 배우들의 뒷치다꺼리 하느라 바빴을 터!!

나머지 배우들의 톡톡 튀는 연기와 배꼽을 잡을 정도의 우스꽝스런 장면의 디테일이 완벽했다.

특히 하지만(배승휘 분)군과 고민해 양의 사랑 고백 장면과 성취 과정은 이 연극의 감초였다.

 

연극이 모두 끝나고 관객과 배우들이 꽃다발 선사하고 사진 찍느라 어수선한 사이,

한동대 김윤규 교수님과 김재환 교감 선생님을 옆에 모시고 기념 사진 한 장 남겼다.

하루 종일 수시면접 보느라, 청소년 자유학교 일로 정신없이 바쁘고 피곤했던 하루였음에도

형영의 20주년 기념 공연을 축하해 주러 오신 김윤규 형님께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김재환 교감 선생님께서는 팜플렛에 '거북이의 걸음'이라는 좋은 내용의 축사를 보내주셨음에 감사하고

뒷풀이까지 끝까지 참여해 주는 성의가 또한 감동이다. 형영의 메세나임을 증명해 주셨다.

 

책사 역할, 임산부 역할 1인 다역을 맡아 훌륭히 소화해냈던 오혜윤 단원,

그 제자들이 와서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하나 찍기로 한 장면이다.

제자들을 감싸안고 있는 그녀의 얼굴도 어느 덧 나이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교사인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엔 나한테 문학을 배웠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학교 은사이자 극단 선배인 나는, 그녀가 극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흐뭇하다.

다만 아직 애인이 없는지 시집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흠이다. 혹시 연극과 결혼?

 

이번 작품의 배우와 스텝이 모두 모였다. 자세를 잡기 전의 스냅사진인데, 난 이런 사진이 더 좋다.

 

극장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통큰 술집>에서 뒷풀이가 최건주 단원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먼저 대표의 한 마디 말씀이 진행되는 장면이다. 뭐라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말을 남겼다.

 

포항 연극계의 대부이신 김삼일 선생님의 격려사 한 말씀!! 대구의 뮤지컬 극단 대표도 축하 차 참가했다.

 

남전 형님의 소감 한 말씀까지 더하고..... 다들 '형영'을 칭송하고 그 20주년을 축하해 주니 기분이 좋다.

 

연출을 맡았던 강순원 고문, 그는 극단 '형영'의 산 증인이다.

38회 정기공연 중에서 22번의 연출을 맡은 연출계의 베테랑이다.

배우를 맡아도 잘 할 것 같은데, 배우로는 단 한 번도 무대에 서지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대학 시절을 제외하고, 극단 입단 이후 배우와 스텝만을 담당했던 나는

농담삼아, '왜 그대는 배우를 맡으려 하지 않는가'라고 다그칠 때가 있다.

아직 그 대답을 듣지 못했으나 그 답은 배우를 맡은 뒤가 되지 않을까 한다.^^

 

형영 극단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이영률 선생이 바로 그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극단에 가입해서 배우는 물론 연출 부분에서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던 분이다.

언제부턴가 형영을 떠나 극단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에는 그가 무척이나 그립다. 특히 그 웃는 모습,

 

공연에 참가한 배우를 대표해서 이동선 선생님께서 한 마디 하는 장면

 

극단 '가인'에서 보내준 축하케잌에 감사하면서 절단식을 거행했. 10살 촛불 두 개가 유난히 밝다.

 

'형영의 지난 20년, 그리고 다가올 30년'이란 제목의 동영상 시청 시간이다.

모두들 자신의 열연 장면이나 기념사진을 보면서 환호작약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장면이 끝나고 나서 강순원 고문이 나한테 권주가(진주난봉가)를 불러주기를 요청해서

아니리(사설)를 가미해서 긴 노래를 소화했다. 이어서 화답이라도 하는 듯 최건주 선생이

윤시내의 '열애'를 불렀다. 그의 능청스런 동작과 함께 술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기 시작한다.

형영, 아리아리!!!(앞으로는 '화이팅' 대신에 '아리아리'란 우리말을 사용하세요.)

 

또 다시 단원들은 흥을 못 이겨, 가까이 있는 노래방으로 이동, 본격적인 흥을 돋구기 시작한다.

 

극단 창립 20주년 기념 타올을 분위기에 맞게 머리에 둘렀다. 강순원 고문과 김삼수 선생, 보기 좋다.

김삼수 선생은 2회 한씨연대기부터 배우로 등장해서 활동했고, 포항여고 재직시에는 연극반을 만들어

최희범 선생님과 나, 이렇게 셋이서 의기투합하여 청소년연극제 등에 참가시키기도 하는 등.....

 

최희범 고문님께서는 나의 품에 잠시 안기셔서 사진을 남겼다. 날씬한 허리가 느껴졌다.

박대표는 노안이 왔는지 안경이 이마 위에 올라가 있다. 남성 저음이 매력적인 치과의사!

 

이 이후의 장면은 주로 무대 위에서 단원들끼리 어울려 춤추는 장면인지라

상상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시라. 거의 새벽 3시쯤 뒷풀이는 계속된 것 같다.

한경준 사무국장의 원룸에서 둘이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자리에 누운 것이 거의 4시,

깊이 잠들어 있는 한경준 선생의 원룸을 조용히 빠져나와 귀로에 오른 것이 7시,

내가 생각해도 몸에는 무리가 많이 되었던 1박 2일이다. 그 후유증은

코감기, 목감기, 기침감기로 이어져 지금은 몹시 괴롭다는 사실!!

 

그래도 한 때 몸담아 활동하던 극단을 찾아가 선후배들끼리 한 마음으로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두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쌓일 것임을 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그 옛정마저 느끼지 못한다면 그 존재 가치는?

 

"다들 행복하시라. 나는 비록 멀리 있지만 형영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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