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군 은척면 무릉리 조선생님 댁
1980년부터 1982년까지 대학교 재학시절, 복음고등공민학교에서 만났던 사람, 조화* 선생님!!
그는 봉화 출신의 멋쟁이 교사였다. 복음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누구보다 아이들 사랑이 깊었던 분이다.
나야 그보다 한 학번 빠른 선배에 불과했지만, 늘 갈 때마다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해주던 사람이었다.
졸업 이후 문경, 영양, 김천 지역 등지의 중고등학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가 3년 전,
상주시 은척면 무릉리로 들어와 스무 가구 정도가 모여사는 마을에 들어와 정착해 살고 있다.
현재는 3개 중학교에 겸임 발령을 받아 매주 여기저기 옮겨가면서 도덕 수업을 하고 있다.
작약산 아래 700여 평 땅을 사서 농사를 짓고, 200평 되는 대지에 집을 소박하게 지었다.
집 위엔 연못도 조성해서 운치를 맘껏 살렸다. 무릉지에서 잡아온 월척 고기들이 살고 있단다.
담장이 서야 할 자리지만 온갖 꽃과 자연석이 어울려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담장이 필요없는 마을이다.
기왓장 위에서 잘 자라는 와송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고, 매발톱도 열매를 맺은 듯하다.
강아지를 안은 조선생님 사모님과 강종*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다.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커 오는 과정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다. 자주 왕래했음이 틀림없다.
김천중앙고 근무 시절에 만난 조선생님과 강선생님은 같은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올해 4살인 '초코'란 놈인데 귀엽다. 조선생님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오죽하랴.
더덕순이 우체통을 타고 자라고, 와송이 이끼 위에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우체통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몇 번이나 치고 나갔다고 하는데, 들여다보니 그 흔적이 역력하다.
새들이 사는 곳임을 안 우체부도 우편물을 이 안에 넣지 않고 그 옆의 돌위에 놓고 간단다.
감나무 가지에 짚으로 엮은 새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여기엔 아직 새들이 깃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새들도 초가집보다는 목조집을 더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식들 좋은 것은 알아가지고......^^
1주일 전에 부화한 병아리가 귀엽게 어미닭 옆에서 먹이를 쪼고 있다. 알 낳는 둥지도 앙증맞다.
이웃에 사는 아저씨가 이 닭장을 만들어 주었다고 하고, 한겨울에도 특별히 손쓰지 않아도
이놈들은 매서운 겨울을 잘 견뎌냈다고 한다. 자생력 강한 토종닭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닐까?
베란다의 좋은 자리를 차지한 모든 생명들이 주인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조선생님과 사모님께서 챙겨주시는 풍성한 주안상이 그지 없이 고마운 우리들이다.
강 선생님의 겸연쩍어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 모습은 안 보인다.
시종일관 사진기를 손에 쥐고 찍기만 하다보니 섭섭하게도 내 사진은 없다.
사모님한테라도 우리 셋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할 걸 하는 후회가 생기는 순간이다.
저녁 식사를 하라며 차려놓은 음식들을 먹기 전에 카메라에 담았다. 비빔밥이다.
버섯, 두릅, 고사리, 취나물 등 맛있는 것들이 가득 들어있다.
고추장에 뿌려진 참깨가 벌써 눈맛을 자극하고, 회가 동함을 숨길 수 없었다.
이 모두가 직접 재배한 것들로 만든 것이란다. 특히 된장찌개 맛은 압권이었다.
표고버섯까지 직접 재배했다는 말에는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밥을 비벼 첫숟가락을 떴을 때의 그 맛도 아직 잊을 수 없다.
그 맛을 음미하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먹었음을 고백한다.
마당에 놓인 자연석도 너무 마음에 든다. 어느 것 하나 거슬리는 게 없다. 딱이다.
조화* 선생님은 참 행복해 보였다. 사모님의 얼굴이 그것을 증명했다.
옛날의 복음학교 시절의 인연밖에 없는 나지만, 이렇게 멋진 집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늘 그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모님께서는 집에서 기르는 닭들이 낳은 토종 달걀을 똑같이 박스에 담아서
집에 가서 잡숴 보라면서 건넸다. 농사 지은 오이까지 하나 넣어주셨다.
빈손으로 찾아온 우리들이 부끄럽고 미안할 정도가 되고 말았다. 은혜 갚을 때가 있겠지?
나도 머지않아 조 선생님 댁과 같은 집을 짓고 싶다. 오늘 본 이 느낌까지
잊지 않고, 벤치마킹해서 집을 하나 지은 다음 한번 초대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