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

강연회를 다녀와서

우람별(논강) 2012. 4. 18. 22:42

전교조 구미지회(지회장: 김경희, 해평초) 주최 강연회에 다녀와서 몇 자 적어 본다.

 

오후 6시 전후해서 구미시 교육청 대강당에는 많은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강연회 제목은 '상처받은 교사를 위한 .....'였고, 강사는 정신과 의사인 김현수 교수(관동대)였다. 

맨처음 '상처받은 교사'를 주제로 하느냐, '요즘 아이들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의를 할까를 묻는데

의외로 후자로 강연을 해달라는 숫자가 많아서 주제가 슬며시 바뀌고 말았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고 싶은 마음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다소 섭섭함을 느꼈으리라.

그러나 끝까지 들어보니 두 주제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라서 큰 문제는 없었다.

요즘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해야 교사가 받는 상처의 원인을 진단, 대처할 수 있으니까.

한 번도 쉬지 않고 3시간에 걸쳐서 진행한 강의, 강사님의 열정에 감사하고 싶다.

흐트러짐없이 열심히 들어준 선생님들의 자세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요즘 아이들은 외롭고, 공동체적 체험이 충분하지 못해서 이기적이다.

만나는 어른들이라야 부모와 친척, 학교 학원의 교사들이 전부인 아이들이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전래 동화나 옛날 이야기를 모르는 해리포터 세대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동으로 크면서 부모의 사랑을 독점하다 보니 다인수 학급의 학교생활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표출하지만 쉽게 만족할 수 없어서 불만이 많다.

과잉보호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방임된 아이들도 있고, 관심과 돌봄의 대상인

우울한 아이들도 주변에 많아서 교사들은 각양각색의 아이들 대하기가 만만찮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다못해 되바라진, 버릇없는 언행으로 나타나

지도하는 교사들은 이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마는 것이다.

 

경제력있는 부모를 만나 외국여행도 많이 다녀본 아이들이고,

건강 상태도 매우 좋아서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 탓으로 반항적이다.

그래서 초등 고학년 담임들은 생활지도상의 어려움을 많이 토로한다고 한다.

초등을 5년제로 해야하지 않겠냐는 학제의 개편이 언급되는 시점에 있다.

학교에서는 그저 대충 시간을 때우면서 인생이나 배우고, 

학원에 가서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의 작용인지는 몰라도

학교에서 관찰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또 막장드라마를 부모 곁에서 보고 자라서 그런지 조숙한 면도 많아서

외동의 경우, 자기 혼자 부모를 모실 것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평가를 수도 없이 받아오면서 커 온 아이들이라서

담임은 물론 교과 선생님들도 너무나 쉽게 평가해 버린다.

교원 평가 시에 선생님들에 대한 아이들의 주관식 평가를 확인해 보면

내가 이렇게밖에 평가받지 못하다니, 아연실색할 정도 아니던가?

선생님들은 배려의 대상이 아닌 때문인지 고스란히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공동체 생활의 기본 정신이 결여된 결과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국민들은 공동생활의 만족감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있는데 비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은 독불장군 형이 많아서 그런지 행복지수가 낮다.(OECD 26위)

 

ADHD, 우울증, 인터넷 중독, 틱장애, 버릇나쁜 아이, 자기애적인 아이 등

아픈 학생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많은 만큼 교사들의 일은 힘들고

일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끊임없이 받게 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교사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강사님께서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이러이러하니 교사들 스스로 해결하라고 한 것 같다.

 

교실의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8가지를 소개한다.

1. 놀림은 괴롭힘의 전조다. 

  장난삼아 놀린다고 시작한 것이 괴롭힘(학교 폭력)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2. 거부되는 아이들 관심주기

  학생들 집단 가운데는 인기있는 아이, 논쟁적인 아이, 평균적인 아이, 무시되는 아이, 거부되는 아이들이 있다. 그 중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아이는 거부되는 아이다. 너무 공격적이라서 또는 너무 위축되어 있어서 거부감을 주는 아이가 있을 수 있는데, 전자가 후자를 괴롭히는 경우가 학교폭력으로 왕따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긴장해야 한다. 그런 현상이 학급내에서 감지되면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야 하고,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 몰려다니는 아이들 헤쳐모이게 하기

  일반적으로 중2 때 가장 심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정도가 약해지긴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끼리 몰려 다니면서 나타나는 괴롭힘 현상이 많은 만큼, 담임이 의도적인 좌석배치를 통하여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적절하게 헤쳐놓는 방법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 선생님의 관심과 안정을 골고루 주기

  편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고 학급 구성원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다. '너만 잘하면 우리 학급은 별 문제가 없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해야 우리 학급이 잘 돌아가' 라는 식의 반응이 더 적절하다는 것,

5. 잘한다 못한다 편을 가르지 말기

6. 많은 아이들 앞에서 혼내는 일 줄이기

  공개적인 자리에서 혼나는 학생의 경우, 영웅심리의 작용인지 몰라도 교사에게 정면으로 대드는 용감함(검투사의 법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때 교사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간에 우사를 당하는 형국이라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그 해결책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혼내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그 반항에 동조하게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다.

7. 화난 아이들, 힘든 아이들 빨리 발견하기

  화난 아이들은 언제 그 속마음을 터뜨릴지 모르기 때문에 포용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 또한 위로와 격려의 대상임에 틀림없으므로 관심을 갖고 살펴 봐야 한다.

8. 골고루 역할주기(적당히 긍정적인)

  학급 내의 소위 문제아가 있다면 그에게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역할을 맡기고, 그 책임을 다할 때마다 칭찬을 해 주는 방식으로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 겪는 고통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도덕성의 출발인데, 오히려 상당수의 아이들은 남이 괴로워할 때 그 쾌감을 즐길지도 모른다. 주고 받는 대화도 욕설을 섞지 않고는 안 되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이유 중의 하나가 서로 인정해 주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는 삭막함 때문이라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학생들간에 난무하는 언어폭력은 하루 빨리 다스려야 할 지상과제가 아닐까 한다. 따스한 마음의 교류가 없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