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에 한번 가 볼까요?
현임교로 부임하면서 진로진학실을 하나 꾸몄습니다.
전임 선생님이 쓰시던 공간은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음습한 곳이었는데
관리자들한테 상담을 할 수 없는 공간이니 제발 좀 바꿔달라고 투정을 부렸더니
앞건물로 옮기라는 허락을 받아냈어요. 마음 바뀌기 전에 부리나케 옮겼지요.^^
옮기고 나서 열흘 남짓 지내고 나니 마음의 여유도 생겨서 좋습니다.
사진 몇 장 찍어서 제가 근무하는 공간을 세상에 알려 봅니다.
보자기로 덮어놓은 다기세트, 한과 상자가 상담실에 딱 어울리지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전임교의 한 학부형님과 오래된 제자가 내게 준 의미있는 선물입니다.
그분들의 뜻대로 상담실을 찾은 모든 분들에게 서비스할 겁니다.
검색용 컴퓨터가 두세 대는 되어야 하는데, 폐기처분 당한 컴퓨터 한 대가 달랑 있어요.
조만간 새 컴퓨터 하나 들여올 예정입니다. 얘길 들어보니 작년에는 구입 결재가 안 났다네요.
필요한 집기를 배치해 놓고도 여유 공간이 좀 보이지요? 이곳은 나의 운동 공간입니다.
바닥에 푹신한 깔개를 깔아놓고 가끔씩 108배라도 하면 좋겠다 싶긴 합니다. 괜찮지요?
세면대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자주 손을 씻을 수 있어서 좋고, 못생긴 얼굴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아내가 다육이란 놈도 몇 개 사 왔는데, 생명력이 강한 놈이라 아마 끝까지 나와 함께 할 놈 같습니다.
구미시낭송가협회장님, 선주문학회에서 보내온 난초를 창문 턱위에 올려놓고 가끔씩 햇볕을 쬡니다.
잘 길러서 두 단체의 마음을 두고두고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상담실에서 바라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운동장도, 금오산 자락도 보입니다.
멀찌감치에서 풍겨오는 도시의 입김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무가 아직 어린 것으로 보아 역사가 짧은 학교임을 보여줍니다.
사진만 보아도 진로진학실이 어떤 분위기인지 조금은 느껴지시죠?
예산이 많이 투입이 되면 큰 교실을 이용해서 커리어 존(Career zone)을 만들 수도 있고,
다양한 진로 체험도 기획하고, 명사들도 자주 초청해서 성숙도를 높일 수 있을 테지만
일반계 고등학교라는 이유로 모든 시스템이 학력 향상에 놓여있는 듯해서 씁쓸합니다.
학생들 모두를 명문대에 합격시키겠다는 일념으로만 추진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면 우리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욕구의 발현을
학교 당국이 철저하게 막아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무사안일주의와 타성을 스스로 꾸짖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