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형영 극단, '아버지의 가수' 공연하던 날

우람별(논강) 2010. 12. 19. 17:03

오랜만에 한동안 내가 속해 있던 극단 '형영'의 공연을 보았다.

'아버지의 가수'(원제 '업경대' 최송림 원작/ 박진영 연출)라는 작품이다.

배우로 활동해 온 박진영 원장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렸는데,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

 

포항에 도착해서 먼저 최희범 선배(극단 고문)님을 만나 구인회 저녁모임에 함께 참가

토담, 도산, 진성, 덕천강 등 가까운 친구들과 만나(어촌식당) 아구찜, 아구회 등으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8시에 시작하는 연극 시간에 맞춰 극장 앞에 닿았다.

 

극장 계단으로 막 오르는데, 제자인 이준희, 박효환 군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 꽁무니를 밟아 올라왔다. 두호고 연극반 '시나브로'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친구들이다.

준희는 경북청소년연극제에서 연출을 맡았었고, 효환이는 배우로서 포스를 보여줬던 녀석이다.

대학도 둘 다 서울예술종합학교로 진학을 해서 연극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연출 박진영 원장, 효환, 준희와 상봉기념으로 사진 한 장!!!

 

8시가 되자 김태숙 단원이 무대에 나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휴대폰을 꺼달라는 내용의 멘트를 한다.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어서 조명이 꺼지고 음악과 함께 흐릿한 무대조명이 켜지면서 시작!!

아버지에 대한 반항끼가 많은 딸의 까칠함이 표정에 가득하다.

 

이동선 선생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무대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요염한 연기이든, 한 남자에게서 버림받은 임산부의 고독한 역할이든 거침이 없다.

 

극의 흐름에 윤기를 더해 준 배우 이한엽이 끌고 온 적토마(?)의 등장,

'가인'극단 대표인 이한엽의 익살스런 연기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아버지, 작가의 역할을 맡은 한경준 배우, 차분하게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무대 벽에 망을 처 놓고 그 뒤편에 은은한 조명을 쏘아서

죽은 아내에 대한 회상 장면이나 아내의 대사를 적절히 처리하는 연출 기법이 보였다.

 

약방의 감초같은 배우, 이정대의 재미난 연기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1시간 20분의 연극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오페라 가수인 딸의 역할을 맡은 오혜윤 배우, 그 표정연기가 아주 진지하다.

부녀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아버지의 소원대로 악극 '업경대'의 가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는 장면인데 노래와 극 마무리의 여운이 잘 조화되었다.

 

극단 선배 김시종 선생님, 극단 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박진영 원장,

무대 맨 뒤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기에 사진기를 들이대니

만면에 미소띤 모습을 보여준다. 참 보기가 좋다. 듬직한 사람들!!

 

연극을 끝내고 많은 단원들이 '산막'이라는 술집에 들러 막걸리를 여유있게 마시는 장면!!

제일 어린 효환 군과 준희 군은 연극매니아로서 대선배들 틈에 끼어 귀동냥을 많이 했을 것이다.

특히 효환군에 대해서 김시종 선생은 배우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것 같다면서 덕담을 많이 건넸다.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연극 뒷풀이에 참석해서 빛을 내 주었다.

문화답사와 관련한 일에 관심이 많고 남들이 감히 엄두도 못낼 일들도

부부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척척 해내고 있어서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요한 망년회 자리에 참가하는 것을 보류하고 내가 포항에 연극보러 온다는 소식을 알고

일부러 극장으로 쫓아왔다는 멋쟁이 김시종 선생과 오늘 연극의 주인공 오혜윤 선생,

 

막걸리로 시작된 술자리는 밤이 이슥하도록 계속되었다.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면 술이 취했다는 증거인데,

단원들 앞에서 오랜만에 '권주가(진주난봉가)'를 한 바탕 부르고 말았다.

모두들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주니 노래가 한층 맛갈스러웠다.

 

술자리의 마지막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박대표, 최고문님, 김선생, 이군이 숙소(발렌타인)까지 와서

맥주를 6병 정도 더 마셨다고 하는데.....

나중에 깨 보니 김선생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 황당하다.

피곤에 지쳐 서로가 모르게 잠이 들었던가 보다. 

사모님은 걱정이 되어서 수십 번 전화를 했더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