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상담, 왜 이렇게 힘들지?
울 반 아이들의 대입상담을 시작한 지 3일째다.
하루에 8,9명씩 만나서 한 시간씩 상담을 하게 되는데,
체력이 달려서 그런지 피로감이 심하게 온다.
눈도 침침하고 정신도 맑지를 않고, 마음마저 무겁다.
혹여 아이들에게 소홀해질까 걱정이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몸만 와서 담임 옆에 새초롬히 앉아 있는
우리 반 녀석들을 볼 때는 그 피곤감이 배가되고,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배부한 '정시상담카드'의 빈칸에 어느 정도 적어 오면
그것을 차례대로 보고 자료를 찾으며 판단하면 되는데,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니 말이다.
그러려니 하다가도 곱씹으면 짜증나고 힘이 쭈욱 빠진다.
상담카드를 반드시 작성해 보라고 부탁을 했건만,
'소귀에 경읽기'가 되고 만 것이다.
30분 후면 또 한 녀석이 올 것이다.
한 시간 쉬면서 충전했으니 이제 기분 전환을 해야 한다.
짜증난 상태에서 아이들을 만나 봐야 정신건강에 해롭다.
컵라면 끓여먹고 때운 저녁식사지만 동료들과 함께 하니 얼마나 좋던가.
곽선생의 미소가 참 좋고, 김선생의 친절도 고맙기 그지없다.
허선생의 엉뚱한 개그도 듣기 좋고, 최근 외손자를 본
젊은 할아버지, 유선생의 여유가 부럽다.
수능 성적을 고려해서 모대학 모과에 지원을 해서
원하는 대로 합격시키도록 하는 것이 담임의 일이겠으나
그 일이 그다지 만만한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부모와 학생들의 욕심을 감안하고, 현실을 수용해야 하니
얼마나 심하게 마음의 충돌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그것을 조절하기 쉽지 않으니 상담이 힘들 수밖에.....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싶다.
오늘 따라 서울 사는 동생들과 막내동생이 그립다.
훌쩍 떠나 소주잔 기울이며 한잔 하고 싶다.
우리반 교실 칠판 오른쪽에 전달사항이 있을 때 활용하는 화이트보드,
특별한 언급없이 여기에 그냥 적어놓고 담임의 마음을 표현한다.
가지런한 책걸상의 배열, 깔끔한 교실, 사물함에 붙은 배치참고표, 교훈, 급훈,
이제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이렇게 기록해 본다.
정이 든 교실, 41명의 아이들,
'나는 나답게 우리는 우리답게'(급훈의 내용) 살았을까 반성해 본다.
좀더 다정하게 환하게 웃으면서 대하지 못한 것, 미안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깨끗한 교실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일 아침 교실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은
담임의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고, 또한 행복했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