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골 산악회 마무리 산책
지난 12월 8일에 있었던 사진 몇 장 늦게 올린다.
그날 구미여고 등산 동아리 문장골 산악회의 마지막 모임이 있었다.
회장 감투를 썼으니 안 갈 수도 없고, 마지막이라서 가야만 했다.
몸이 안 좋은 아내한테 일찍 귀가하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참여했는데
어쩌다 보니 외롭게도 청일점으로 참가했다. 다들 바빴었나 보다.
교감 샘도, 교무부장도 같이 움직일 법도 한데 못 간단다.
옆에 앉은 박홍우샘도 간다 했다가 갑자기 빠졌다.
최근 태어난 갓난 아이 때문에 온통 신경이 쓰일 때이긴 하다.
팔공산 자락, 파계사 절아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고
파계사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정도의 산책을 하기로 했다.
20대의 젊은 시절 상좌승으로 있던 고딩동기, 법우(法雨) 스님(본명 김호승)을 보러
친구 순균과 함께 딱 한 번 와 보고, 20여 년만에 발길을 하게 된 것이다.
절은 옛날의 그 소박한 절이 이미 아니었다. 건물이 더 늘어났다.
법당 옆의 요사채도 다 새로 크게 지어져서 오히려 낯설다.
법우 스님과 절음식을 나누면서 얘기하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야단법석'에 대해 그에게 배웠던 기억이 새로워, 국어과 후배인 정선생한테
법우가 내게 묻던 그 버전으로 말하니 다행히 잘 모르고 있다.
한 수 가르쳐 주니 '아, 그렇습니까?' 한다. '고소'라는 절음식을 언급했다.
동자승이 저녁 공양하라며 법우를 부르러 왔는데,
'부처님, 저녁 공양하세요'라고 했다. 법우가 부처님?
의아해서 물으니 너털너털 웃으면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거 아니냐 했을 때,
범인들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스님들에게는 있다는 것을 알았고,
여름이라서 승방에 모기가 좀 있어서 잡으려 하니 법우는
모기를 왜 잡냐며 말리더니 부채를 이용해서 모기를 밖으로 내쫓았다.
야, 이것이 스님이 중시하는 '불살생'의 실천임을 처음 보았다.
파계사의 잊지 못할 추억이 법우 스님과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 법우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내려오는 길 어느 농가, 사이좋은 토종닭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담아 보았다.
의연한 장닭 한 마리의 기세가 돋보이긴 하나 꼬리깃털의 숱이 적은 것은 왠지
숫놈의 격에 어울리지 않고, 살이 너무 오른 모습이 꼭 내 자신 같다. ㅋㄷㅋㄷㅋ
모두들 돌아가기엔 너무 이르다고 해서 팔공산 케이블카를 또 타기로 했다. 왕복 7,000원!
6인승이라서 꽉 찡겨서 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천선생은 계속 소리를 지르고.....
높은 곳(830여 미터)에서 내려다보는 첩첩이 이어지는 산의 원근감과
일몰 직전의 해무리도 지나치기 어려운 풍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