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의 나들이 - 봉하마을, 주남저수지
아침 대구 어른댁을 출발, 경남 진영 땅 봉하마을에 도달하기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또 사랑싸움을 하셨다.
또 명언들이 쏟아져 이 공간에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꺼낸 어머니와의 첫날밤 이야기, 그냥 잤단다.
"제가 장남인데, 그럼 저는 언제 만드신 겁니까?ㅎㅎㅎ" 어머니 왈,
"그 당시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내가 제일 늦게 아일 낳았어.
니 할머니가 배부른 색시들이 부러웠는지 알게모르게 며느리한테
왜 배가 부르지 않냐면서 성화를 많이 하셨다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상큼했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미 수십 수백번씩은 들었던 것들이다. 늘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을 보이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씀이 많으심('쫑알거림'이라 표현하심)에 대하여,
어머니는 아버지의 지난 과거 시절의 객기에 대하여, 불만이 많으신 듯하다.
서로의 양보없는 언쟁이 계속되다 보면 듣고 있는 자식들은 간혹 민망해진다.
자꾸만 싸우시면 아들이 이제 모시고 안 다닌다고 위협(?)을 가하면
마지못해 잠시 휴전 상태가 되었다가 또 조금 지나면 똑같다.
오늘은 특별히 두 분을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로 모셨다.
아버지는 경상도에 살면서 7,80대의 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갖고 있는
선입관이 강해서 그런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어머니는 비교적 아들들의 이야기를 많이 받아들이는지라 그 반대이시고.....
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의 초가지붕이 고삿줄에 묶여서
더욱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지고, 그 위 하늘의 청명함이 더없이 참 좋다.
어머니의 갈옷 모자와 파란 점퍼도 잘 어울린다.
진지하게 뭔가를 읽고 계시는데 오랫동안 서 계셨다.
대통령께서 잠든 묘역의 초입, 오늘도 추모객들이 많이 보인다.
저 멀리 봉화산 사자바위(해발 140미터)가 들판을 바라보며 엎드려 있다.
평야지대에 우뚝 솟은 산이라 '낮지만 높은 산'이라고 봐야 한다.
깔아놓은 박석에는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숱한 짧은글이 보인다.
유명한 정치인, 작가, 예술가, 연예인의 이름도 있고, 낯선 이름도 많이 깔려 있다.
님께서는 비록 한줌의 재로 이곳에 묻히셨으나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음으로써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치가
결코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방향을 단단히 잡아주리라 믿는다.
뒷짐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시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젊은 나이에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억울하고 아무리 괴롭더라도
끝까지 싸워서 자신의 결백을 밝혔어야 되지 않았느냐며
다소 동정어린 발언을 하는 등 생각의 변화를 보이셨다.
어머니께서도 뒷짐지시고 누군가 새겨놓은 글구를 읽느라 진지하시다.
부엉이바위가 있는 곳을 향해 있는 솟대의 형상이 햇볕을 받아 따스하다.
대통령에 대한 강한 사랑이 담긴 강원도 지사의 마음이 읽히는 돌무더기탑이
봉화산 가는 길 입구에 서 있어서, 방문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성금함에 만 원을 내고 촛불 하나를 구해 추모의 마음을 표하시는 어머니.
'추모의 집'은 두개의 방이 있는데 오른쪽에는 대통령의 생전의 모습이 담긴 많은 사진들과
유물(자전거, 밀짚모자, 글씨 등)이 있고, 왼쪽에 있는 방에서는 중요 동영상을 앉아서 볼 수 있다.
봉하마을에서 40리쯤 떨어진 곳에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가 있어서 어른들을 그리로 모셨다.
망원경으로 물위를 날거나 헤엄치는 철새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보려는 어머니.
뭔가를 좀 보이냐며 아버지께서도 망원경을 잡으셨다. 나도 손가락 브이자를 .....
저수지의 둑을 따라 키작은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참으로 장관이었다.
아버지의 소박한 모습이 꽃을 배경으로 더욱 잘 어울리긴 하는데 왼손의 담배는 조금 거슬린다. ^^
키작은 코스모스의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이렇게 매력적인 줄 미처 몰랐다.
지나가며 보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진에 담기에 바쁜 듯하다.
고부간의 멋진 사진, 꽃숲에 앉으면 누구나 멋지게 보일까?
아버지께서는 오늘 따라 우리 엄니의 모습이 예쁘다 하셨는데
사진으로 확인해 본 결과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다.
'아이고, 우리 엄니 너무너무 잘생겼네!!!! 며느리 질투할 정도로.....'
우리 모자간의 모습은 어떻고? 부럽지 않다면 간첩!!!!! ^^
우리 부부는? 염장지르는 거 맞지? 으, 닭살!!!!^^
밀양 상동면의 '아랑장어구이' 식당에 들러 장어구이 4인분, 소주 2병을 시켜서 푸짐한 점심 식사를 했다.
워낙 귀한 음식이라 그런지 1인당 25,000원으로 다소 비싸긴 해도 음식이 맛있다면서 대만족이시다.
자식이 음식값을 계산해야 마땅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덕분에 여행을 잘 하고 있다 하시면서
점심값를 내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신다. 아들이 5만 원 보태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에겐 너무 많은 점심값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