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시 몇 편
세월호 기억 시 4 (단원고 2학년 4반 박정훈)
우람별(논강)
2016. 8. 31. 06:28
사나이 박정훈
빗물에 씻긴 포도알처럼
반짝거리는 얼굴로 태어났던 너,
초등 시절엔 수학 과학 공부가 재밌었고
레고 장난감으로도 온종일 놀았어
손재주와 글씨는 보통이 아니었어
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았던 게지
술 담배 유혹에도 끄떡지 않고
어려운 가정형편 생각하는 사나이었어
홀어머니의 눈물 가득한 생계를 위해
남매끼리 의지하는 시간이 길었고,
남매끼리 모든 걸 해결해야 했어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토마토 스파게티, 떡볶이는 물론
찌개도 잘 끓였고 밥도 잘 했어
누님의 오빠 같은 동생이라면 되나
어려워도 한 번도 힘들다 하지 않는
배려의 화신이었어. 너는
또 체격이 좋았어
가리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잘 먹었어. 특히 돼지고기는
한번 결심하면 반드시 이뤄낼 정도로
뚝심 좋았어. 늘 곁에 두고 싶은 친구지
축구는 거의 선수급이었다며
너는 그렇게 기쁨이고 감동이었는데
어디로 갔어 눈물 뒤덤벅된 우릴 두고
허무의 땅에서 우린 이제 어떡하라고
얼룩진 세상에서 어찌 버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