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시 몇 편
화성이란 아이
우람별(논강)
2015. 7. 7. 13:21
'어? 오늘도 안 나왔네요.'
어느 만화가를 매우 좋아하는 화성이,
왜 자기가 찾는 만화책이 안 나왔느냐며
건네는 첫마디다. 도서관 문 빼꼼이 열고
'2학기 되어 새책 구입할 때,
마련해 놓을 테니 기다려 봐라.'
그렇게 대답해 온 지도 넉 달이 지났다.
어제도 오늘도 어느날이든 찾아와서
똑같이 묻는다. 맨처음 물은 것을.
가뭄을 적셔주는 비가
시골학교 운동장에 가득할 무렵,
자폐성 집착을 보이는 녀석의 물음이
자욱자욱 한겹씩 젖어들고 있었다.
'선생님, 아직도 안 나왔네요.'
촉촉한 입술로 웃었다. 하얗게
나도 화성이 부모님을 마음에 담아
점점이 그려 보았다. 눈물처럼,
'그래, 조금만 더 기다려 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