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시 몇 편

부진아 지도

우람별(논강) 2015. 6. 5. 12:37

부진아 지도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학습 부진아로 분류된 세 명의 학생에게

특별지도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시작한 지 사흘만에 길을 잃고 말았다.

 

받아쓰기 문제를 내 보고

내용 파악 여부를 묻는 기본문제를

풀어보라 했는데 거의 다 틀렸다.

왜 이렇게 재미없는 걸 풀어야 하냐 

왜 선생님은 자꾸 우릴 힘들게 하냐 

연필 쥔 손가락에 힘이 잔뜩이다.

 

말과 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부지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사명일 텐데,

그간 살아온 삶을 돌이켜 눈을 감는다.

오래도록 나랏말씀 가르쳐 왔으나

뒷골 댕기는 거북살스러움 숨길 수 없다.

 

몇 마디 부끄러움 주고받다가 

견디기 어려워 숙제를 좀 내고는 

슬며시 교실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