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일기 5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담임이 반드시 해야 할 업무일까?
모 담임 선생님은 잔소리를 그때그때 해 줘야
아이들은 잊지 않고 잘 한다는 것이다.
이헌희 교감 선생님도 학생들은 '양육'되는 대상이기에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다는 거다.
그럴까? 잔소리를 해야, 매를 들고 을러대야
마지못해 행동에 옮기는 수동적인 태도는
결국 노예근셩을 길러주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교육적이지 않을까?
학습 또한 그런 원리의 적용 아닐까?
나는 아이들한테 웬만한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나의 경험상 어른들의 잔소리는
내용이 어떻든간에 싫고 짜증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속에서 천불이 날 정도로 답답한 경우를 경험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해서 잘 참아내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그 짜증과 화가 곰삭아 내릴 때쯤 되면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에게 표출을 하게 된다.
그것도 조용하면서도 평화롭게........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그런 나의 성향을 알고
그것을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은 웬만하면 잔소리를 잘 안 하니
괜찮은가 싶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해 버린다.
그 행동이 기본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내 스스로 화가 치밀어 올라 매를 든다고 하면
그 뒷수습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나 스스로를 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학'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학급 청소였다.
근데, 그 동기야 어떻든간에 학급청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 내겐 큰 즐거움이 되고 말았다.
'생활의 발견'이라고나 할까?
어제도
지난 일요일 자율학습 참여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이 좀 상해 있다가 이건 안 되겠다 싶어
5교시 수업 시간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좀 몰아세웠다.
학급의 질서를 깨뜨리는 행위는 방치하지 못하겠다고 했고,
앞으로 무단 조퇴를 하는 학생은 학급에서 퇴출시키겠다 엄포를 놓았다.
특히 몇몇 아이들은 이기적이서 남을 배려할 줄 모르니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으로서 적극성이 부족하니
그것을 좀 깨우쳐 주어야 했고, 교정을 해야 했다.
앞으로 남은 70여일 남짓 동안은 정말,
긴장해야 하고, 공부를 제대로 좀 해보자고
그런 분위기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호소했다.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자기 주변을 둘러보고
나름대로의 작은 역할을 한번 해 보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단체 생활의 기본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그저 말없이 들을 뿐이었으나
너무나 일방적인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
할 얘기가 있으면 질문이 있으면 하라 했더니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한 공허한 넋두리였던가?
아이들 표정을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들 담임에 대해서 미안해 하는 듯한 표정인 것 같다.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음과 마음이 통했다면 다행이다.
그래,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아리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