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복날, 부모님 모시고 횟집에 저녁 식사
2014학년도 1학기 종업식이 있던 날,
친목회 점심을 먹고는 학교로 돌아와 동료들과 탁구를 쳤다.
초복날임을 뒤늦게 알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복날이니, 부모님 모시고 저녁이나 같이 하자우."
우리 부부는 열호재에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대구로 가기로 했고 오후 5시쯤에 선산에 들렀다.
어느 새, 아버지는 옷을 입고 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머니에게 드릴 호박, 가지, 고추, 깻잎 등을
먹을 만큼 따고 계셨다. 오랜만에 부부가 만날 생각을 하니 좋으셨던 모양이다.
오늘 가면 3일밤을 자고 월요일 아침에나 올 수 있다면서 천둥이에게,
"할아버지가 대구에 갔다가 올테니 그간 잘 지내고 있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정감있게 인사를 하는 아버지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저 멀리 보이는 금오산을 바라보면서 한 말씀 올렸다.
"최근 아버지의 글, '안은댕이의 칠월 아침'이란 글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그 반응이 아주 뜨겁더군요."
아내도 이번에 쓰신 아버님의 글은 특별히 좋았다면서 소감을 말하니, 아버지는 그저 좋으시다.
"그렇냐? 그간 일하느라 글을 제대로 못썼는데, 이젠 여유가 있으니 자주 써야겠다."
"그거 참 반가운 말씀입니다. 저도 아버지께서 힘들게 일만 하시는 게 아니라
여유있게 글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어요. 얼마나 소재감이 많아요?"
"글이란 전번에도 얘기했다시피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감칠맛있게 써야 하는 법이여. 그런데 애비가 쓴 글을 가끔 읽어보면 그 감칠맛이 없어."
"맞아요. 제 글은 아버지의 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조족지혈입니다."
대구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낮에 전화를 안 받으셨기에
"오늘 바쁘셨나 봐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또 흑비 의료기판매점에 계셨지요?"
"흑비 사장님이 오늘 복날이라고 삼계탕을 직접 만들어 떠 주는데 실컷 먹었다.
그래서 지금은 배가 너무 불러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오늘 저녁은 큰아들이 한 턱 쏘는 자리인데 식사를 잘 하셔야 할 텐데......'
"어머니, 흑비 사장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거예요. 너무 그 사람들 말에
폭 빠져서 그분들 말만 듣고 자식들 말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어서 큰일입니다."
사실 그랬다. 어머니는 요즘 흑비 의료기를 매일 출석하면서 행복하단다.
그 사람들이 자식처럼 얼마나 잘 해주는지 모른단다. 아니 자식들보다 낫다고 판단할지도......
입의 혀처럼 노인들 비위를 잘 맞추고 있는 그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한 달 전에도 어머니는 가격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황토요'를 하나 사서 거실에 깔아 놓으셨다.
아버지의 노여움을 살 수 있는 소비임에 틀림없지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툭하면 거기에 가서 주워들은 정보를 정보를 믿음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데,
아무리 반박을 해도 고개를 내저으면서 그들의 말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