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교단 일기 1

우람별(논강) 2009. 8. 24. 20:19

오늘 5교시 3-2반 교실,

마예인이가 15분 정도 지나서 문제를 다 풀었다며

누워있고, 확인해 보니 답도 많이 틀렸다.

지문을 읽지도 않고 대충 풀었다는 증거다.

짜증이 좀 났지만 점잖게

"다시 풀어. 답이 많이 틀렸어."

 

아이들이 문제를 풀 때면 으레 분단 분단 사이를 오가며

제대로 풀고 있는지 확인을 한다.

졸고 있는 학생이 있으면 깨우거나 뒤로 나가게 한다.

학반 별로 그 열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문제 풀기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근데 오늘 2교시 3-1반, 집중력 0점이었다.

평소에 태도가 좋던 황새별이도 꾸벅꾸벅!

 

지금은 5교시, 우리반 수업인데 짜증이 좀 나기 시작한다. 

교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예인이 옆으로 지나가며 확인하는데,

이놈이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거다. '이럴 수가?'

순간적으로 화도 치밀어 오르고 기분도 뭐 같고 해서

막대기(대나무 뿌리로 만든)로 녀석의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갑작스런 나의 반응에 다들 깜짝 놀라 쳐다본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임마,"

회초리로 손바닥을 펴게 한 다음 아프게 때렸다.

아니나 다를까?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책을 주섬주섬 정리하는데 녀석의 마음이 그대로 읽힌다.

'고얀놈 같으니, 저런 태도로 무슨 공부를 해?'

 

오늘 우리반 조퇴자가 많다. 남아있는 학생 26명이다.

은혜민(부실장)은 허리가 심하게 아파 물리치료를 받아야겠다 했고,

이현아는 치과 치료 받아야 하기에 조퇴를 좀 해야 한단다.

박지영은 부정맥 수술 후유증이 있어 내일 모의고사도 못치고,

오늘 일찍 조퇴를 해야겠다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말했다.

"지영이, 고생이 많다. 몸조리 잘해서 빨리 낫도록 해.

내일 시험 못 칠 바에는 늦게 등교하려무나. 오후 3시쯤 와."

최화연은 편두통 때문에 병원까지 입원하고 무척 힘든가 보다.

개학하고 아직 등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걱정이다.

김지연(실장)은 간호사관학교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에 대비하고 있다.

신체검사에 통과하려면 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 된단다.

(1200미터를 7분이내에 주파해야 하고, 팔굽혀 펴기 3회 이상,

윗몸일으키기 30회 이상 기본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 준비 중이란다.)

이가은이는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논술 과외를 받기로 했단다.

바짝 논술대비를 해서 수시모집에 응시를 해 보겠단다.

원미연이도 논술 100% 전형에 도전할 거란다.

 

1학기초부터 써 온 아이들 조일기를 처음으로 훑어 보았다.

1조는 제법 많은 친구들이 참여한 것 같고,

2조는 거의 내용이 없다. 조장인 지은이가 성의껏 썼을 뿐.

라하령 군에게 음악공부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써보라며 주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란다. 내 마음을 잘 몰라주니 섭섭다.

내가 일기장을 건넨 것은 빨리 내용을 채워 보라는 건데

한참 걸릴 것 같다니, 그럼 김효진에게 주라 했더니 알았단다.

오늘 또 하령이는 원서용 사진이 잘못 나왔다면서 나한테 뭐라 하는데

조금은 황당함을 느꼈으나 멋적게 웃으면서 그냥 넘어갔다.

녀석은 언제부턴가 어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한 것 같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못내 아쉽다.

수능시험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느슨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툭하면 핑계(?)를 대서 조퇴를 감행하는 것이 안타깝다.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마냥 핑계라며 무시할 수만은 없어서

조퇴를 시켜주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나이 스물이 다 되어 가지만 흔히 하는 말로 '애들은 애들이다.'

 

9/3모의 수능평가에서 과연 좋은 점수를 받을까?

제발 열심히들 해서 좋은 결과 있기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