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

불합리, 비합리의 냉랭함

우람별(논강) 2013. 11. 10. 05:22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합리적 따스함보다는 불합리, 비합리의 냉랭함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이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야 살맛이 나는 법인데

갈수록 숨이 막히고, 가슴 터질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어찌 살까?

개인적 차원에서 겪는 고통이라면 까짓거 내 한 몸 힘들면 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 개인의 고통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괴롭다.

노사간의 갑을관계나 정치적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여야관계나

힘의 역학관계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보기에도 안스럽다.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계나 국가기관도 그 수장이라는 사람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현상이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의도된 상황이 아니고는 그럴 수가 없을텐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

자신의 법적 지위를 이용해서 교묘할 정도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공직자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정의롭지 못하게 되었으니 결국 그들은 죄인이니 셈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지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면

당연히 그 지위에서 물러나 국민들 앞에 머리 조아려야 하거늘, 적반하장격으로

소신껏 일하고 있고, 정의감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오히려 찍어내리고 있다.

이런 통탄할 만한 현실을 어찌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그 어떤 죄보다 사악한 저들의 뻔뻔함을 무엇으로 다스려야 할까?

 

만약 그들의 저속함을 까발려 신랄하게 비판하는 단체나 개인이라도 있다면

보복의 칼날을 휘둘러 '종북', '친북', '좌경 용공'이니 하면서 이념의 굴레를 씌워서

'대한민국반대세력'('반대세')이라면서 마녀사냥하듯이 몰아부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가 그들의 표적이 되었고, 무참히 짓밟혔다.

참으로 무섭다. 저들이 짜놓은 '종북 프레임'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저들의 이분법적 사고가 무섭다.

수 천만의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들과 능력이 그들이 말하는 '창조경제'의 굳건한 기초일진대  

애써 그것을 부정하고 오로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챙기겠다는 정책만 보여주고 있다.

복지 정책은 거의 실종되었고, 국민들과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차 버리고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국민을 속여서 정권을 잡았으니 이젠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만 불태우고 있는 듯하다.

그간 피흘려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저 부도덕한 세력들에 의해 다시 짓밟히고 있는 것 같아서

치떨리는 아픔을 숨길 수 없다. 국민을 우롱하는 정권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가 없다.

 

70년대의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시인 김지하는

'오적'이라는 담시를 발표하여 당시의 집권세력을 신랄하게 풍자 비판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타는 목마름으로' 라는 명시도 남겼다.

민주주의에 대한 애절한 갈망을 노래한 그의 시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세상은 좋아졌는데

요즘 사회적 분위기로 봐서는 다시 몇 십 년 전의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김지하 시인도 이제 늙어 젊은 시절의 의식과 패기를 잃었는지 옛날의 그가 아니다.

독재와 권력이 무서워서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시로써 할말을 다하려 했던 그를

'행동하는 양심, 고뇌하는 지성'으로 존경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없을 정도였는데,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펼치면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는 이미 변절자가 되고 만 것 같다.

 그가 남긴 시와 그 시의 곡조에 실린 노래는 민주 정부가 들어서고 많은 분야에서 민주화 되면서 

정서에 맞지 않는 노래로 잊혀져 있다가 다시 우리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역사의 퇴행이 가속화 된다면 큰 울림이 될 것이다.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