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전문직업인 초청 진로체험 하던 날
"오늘 사곡고 강의있는 날입니다. 비가 와서 오시는 길이 불편할 것 같아 염려되네요.
1시 40분까지 2층 진로진학상담실로 오시면 됩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이렇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열 분의 강사님들을 맞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진로활동실의 책걸상 배열을 최대한 효과적이고 기분좋게 할 필요가 있었다.
이왕이면 강사님들을 배려한 준비라면 더 가치있는 것 아닌가?
준비를 끝낸 희열감이 내 표정에 나타나는 듯하다. 키다리 연구부장 선생님이 찍어주었다.
오늘 초청된 10분의 강사님들의 이름과 직업(가나다 순)
강사님들은 1시 40분까지 와 달라는 나의 부탁을 잘 들어주셨다.
건축가인 변우철 선생님이 제일 먼저 오셨다. 검게 탄 피부가 퍽 매력적이었다.
수강생들 데리고 주로 실외에서 작업을 해야 하니 자연히 자외선에 그을릴 수밖에.....
구은주 강사님도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셨고, 바리스타 안초옥 강사님도 오셨다.
너무 짐이 많은 나머지 젊은 도우미 한 분까지 모시고 오셨다.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5분 사이에 강사님들은 다 자리를 찾았고 교장 선생님께서도 모시러 가기 전에
진로활동실로 올라오셔서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 나누며 행사가 시작된 셈이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예상보다 너무 길어지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A4용지는 강사들에게 전달할 행사 매뉴얼인데
그것을 함께 보면서 학교를 처음 찾은 분들에게 자세한 안내를 해 드리기로 되어 있다.
점점 그 시간을 뺏기고 있다 싶으니 나로서는 가슴이 조금 답답해질 수밖에.....
중간에 말을 끊을 수도 없고, 여하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관심의 대상이 아님)를 하고 계셨다.
강사님들의 준비, 휴식 시간도 필요한데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교장 선생님, 제가 전달할 사항이 좀 있습니다." 하니까 급히 마무리를 하셨다.
그 마무리 말씀 하나만 필요했던 것인데 무려 20분간이나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만 했으니.....
학급 실장들이 강사님들을 학급으로 모시기 위해 진로진학실 앞에 이미 대기 중이다.
불과 5분만에 간략한 전달사항을 말씀 드려야 했고, 대기중이었던 실장들의 안내를 받아
강사님들은 1학년 10개 반의 교실에 분산 배치되어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각 교실을 돌아다니며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했다.
확인 점검이 끝난 뒤, 각 교실에 조심스레 들어가 강의 장면을 몇 컷씩 찍어두었다.
기념으로 강사님들께 메일로 보내드려야 하고, 기록물로도 남겨야 하니까.....
연극연출가 황윤동 선생님, 자신이 연출한 작품이 강원도에서 공연 중인데
오늘의 강의를 위해서 구미로 내려왔다. 연극 인구의 저변을 늘리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고 달려가서 솔선수범하는 연극인이다. 학생들에게
신선한 연극 바람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워낙 잘 생겨서 팬들이....
상담심리사 류경자 선생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45세 이후, 상담 분야에 종사하면서
새롭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는 분이다. 여기저기에서 상담 의뢰가 많이 들어와 1년에 만나는 학생들이
2,000명이 넘는다고 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들을 만나기도 하는 등 활동력이 대단하시다.
류경자 선생님의 경력과 이력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고맙습니다.
건축가 변우철 선생님, 구미대학교, 영남이공대학에서 목조주택학교 강사로 활동 중이신 분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올해 2학기부터는 이분이 관계하는 목조주택학교에 다니면서 배워야 할 것 같다.
우리 학생들도 말씀을 열심히 듣다보면 건축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가 한층 높아질 것을 믿는다.
사회복지사 변정숙 선생님,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에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계시는 분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고, 우리 학생들 또한 그 직업을 선호하고 있으니
오늘 강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감사합니다.^^
경찰공무원 이종하 선생님, 구미경찰서 소속의 순경이신데 정장을 하고 학생들 앞에 선 모습이
보기에 신선하다. 사곡고 학교폭력 담당 경찰관이라서 특별히 초대된 분이다. 제일 젊은 강사님이다.
임상병리사 김극준 박사님, 대경대 임상병리과 주임교수인데 우리 학교 특강을 맡아 주었다.
인체의 자궁과 허파의 표본까지 가지고 와서 실감나는 강의를 해 주었다.
김교수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나는 그에게 한문과 문학을 가르쳤던 인연이 있고,
글쓰기와 서예를 잘해서 윤방희란 여학생과 함께 경주까지 화랑문화제에 인솔해 갔었다.
몇 년 전 김교수가 중심이 된 동창회에서 모교(울진 매화종고)가 폐교되기 직전에 사은회를 해야 한다면서
옛 은사 자격으로 초청되어 당시 동료들과 만나 옛추억을 되살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창회 사회를 맡아 모임을 이끌었던 김교수도 어느 덧, 50의 나이가 다 되어 간다.
"선생님, 방희와 함께 조만간 구미에 올테니 막걸리 한 잔 해요." "암, 그래야지."
바리스타 안초옥 선생님,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항상 젊음을 유지하고 계신 분이시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이시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형곡동 A-FACTORY 구미아카데미 원장님으로서 바리스타 제자들을 길러내기에 바쁘시다.
경운대학교에서도 바리스타 강의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이기도 하다. 오늘의 도우미가 그 제자다.
나와는 개인적 친분이 없었지만 아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라서 몇 번 찾아 뵌 적도 있다.
오늘 강사로 선생님을 초청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인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나 할까?
더치 커피의 맛을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 오신 정성이 한없이 고마웠다.
삼성코닝 수석연구사 김정돈 박사, 대기업 회사원이라는 직업인으로 초청된 강사다.
KAIST 석사, 박사 출신의 고급 강사이지만 그 학력은 고려되지 않아서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강의를 위촉받았을 때 서슴없이 해 주겠다 했고 뭘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했다.
"회사원이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주고, 인생 선배로서 또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든 좋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돼. 자네 딸들에게 주는 감동처럼"
술자리에서 섭외가 그렇게 된 것이었다. 서울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 살다보니
심심하면 술 한 잔 하자며 연락을 하곤 하는 친구다. 소박하기 그지 없는 친구다. '고마워'
김박사가 오늘 아침 나한테 메일로 보내온 PPT 자료는 그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그 좋고 상큼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술 한 잔 살게'
구미함소아한의원 원장인 이범주 선생님, 한의사란 직업을 소개하는 정도로 끝나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 역정, 직업 선택의 과정을 소개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에 위촉했던 분이다.
서울대학교 출신의 대기업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끝내는 적응하지 못하고 30대 중반에
다시 늦깎이로 한의대에 입학해서 6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40세에 한의사가 된 사람이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대학교의 간판보다는 학과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 딱일 것이다.
나보다 잘 생기긴 했지만 좀 닮았지 않았나? 이름도 가운뎃자만 다르고......ㅎㅎㅎ
예술가 구은주 선생님은 화가,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미술치료사, 대화기법 강사 등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분이시다. 최근에는 영남문학 낭송가협회 총회장으로 피선되어
그 활동의 폭이 넓어져서 너무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신다. 큰 공연을 앞두고 연출에도 바쁘시다.
우리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도 많다고 말씀한 적이 있는 만큼
구은주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학생들은 마음의 풍성함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상담의 경험도 많으신 분이라서 더욱 기대된다.
강사님들의 강의 모습을 찍어두고 진로활동실로 돌아와 필요한 차와 음료, 다과를 정리하고.....
비가 많이 와서 우산꽂이(강사용)가 될 만한 것을 하나 갖다 놓았는데 효과를 보았다.
이범주 원장이 첫시간 강의를 마치고 제일 먼저 나와 다음 시간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첫시간을 마치고 그 다음 시간을 위한 준비, 휴식 중
두 시간 강의를 마치자마자 황윤동, 이종하, 김정돈, 이범주, 변정숙 강사님은 먼저 가고
다섯 분의 강사님만 남아서 교감 선생님의 주재하에 조촐한 평가회를 가졌다.
우리 교감 선생님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강사님들의 소감이나 도움되는 말씀들을 주로 들어보는 시간이라면 그 분들께
발언 기회를 드리고 그 말씀을 참고로 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하거늘.....
교감 선생님 말씀의 핵심은 진로 직업의 선택에 있어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과
진로체험을 통해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것이었다.
여하튼 짤막하게나마 강사님들의 소감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사곡고 학생들이 유순하고 부드러우며 친밀감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평이다.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찾을까 하는 심도있는 고민을 하고 있고, 관심 분야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는 것,
내적인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힐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담이 중요하다는 것,
직업의 선택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연봉이나 급료가 아니라 감동이 있는 일이라야 한다는 것,
평생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수시로 직업은 바뀔 수 있기에 더욱 고민해서 진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
요즘 학교가 많이 변하고 학생들이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는 것 등.....
오늘 강사님들이 걸고 들어가셨던 목걸이형 명찰, 학생들 앞에서 패용하고 특강을 하시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직업과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나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나머지 세 개는 강사님들께서 미처 반납하시지 못하고 목에 걸고 가셨나 보다.
하나의 조촐한 기념물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음 주에 있는 진로활동 시간에는 학생들의 진로체험 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두 시간 중에 자신에게 의미가 있었던 시간 하나를 선택해서
강연 소감문과 새롭게 배운 점, 진로에 도움이 된 점 등을 쓰게 할 것이다.
열심히 정리를 잘한 학생에게 '진로탐색활동 우수'로 시상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