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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9엽 낭송화, 참 아름답게 피다(콘서트 후기)

구미낭송가협회 관련

by 우람별(논강) 2016. 8. 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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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엽 낭송화, 참 아름답게 피다

-4회 시 낭송 콘서트 후기

우     동    식

들머리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 ‘개화

 

 

예술은 우리 생명의 표현이다. 모든 예술은 생명의 힘을 꽃피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 낭송도 생명의 개화(開花), 여기에 핵심이 있다. 그렇다. 솟아오르는 생명을 표현한 것이 예술이니, 시 낭송 예술 또한 그 시에 대한 마음 속 생각의 표출이라 할 것이다.

지난 번도 그랬지만 특히 올해 제4회 콘서트는 바로 19엽 낭송화의 참 아름다운 개화 과정의 총화라고 하겠다. 이런 생각으로 제4회 시낭송 콘서트의 진행과정을 거칠게나마 기록해 볼까 한다.

 

1. 2016820. 처서를 사흘 앞두고 있건만 더위의 위용이 콘서트장의 열기로 승화하는 가운데 회원들은 옥계지구에 있는 구미시 근로자문화회관 3층 시청각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대여키로 한 음향, 조명 시스템이 이미 도착하여 회장님 지휘로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음향 시스템과 무대 사이의 긴 연결선을 구하는 일이었다. 이는 쾌율님이 수소문하여 잘 해결하였다.

2. 10시 남짓하여 진행 회의를 개최하였다. 오늘 일정이 소개되고, 내빈 안내 등 역할 분담을 재확인하였다. 엘리베이트 출발 지점에 장소 안내 표지글을 써 붙이기도 했다.

의상을 갖춰 기념 촬영을 할 시간이 되었으나 두 분이 도착되지 않아 더 기다리기로 했다. 3회 콘서트까지 한 번도 전원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며 올해는 꼭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자문위원님이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19엽 낭송화 중 한 엽이라도 피지 못하면 어찌 전체 꽃송이기가 아름답겠는가? 이렇게 마음을 모으는 일이 기능이나 재능보다 성공 콘서트로 가는 비결이었으리라.

   

3. 11시가 가까워지면서 1차 리허설에 들어갔다. 이때는 주로 PPT 화면과 음향, 조명, 배경음악을 맞추는 일에 집중했다. PPT 버전이 낮아 글자 색상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나 중식 후 자문위원님이 수정하여 해결하였다. () 사회 진행에는 화면 글자의 색상도 차례 및 프로그램 내용을 전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밖에 암전 장면, 집중 노출 등 조명 계획과 배경 음악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다소 지연되었다.

 

4. 1230분 가까이 되어서야 중식을 위해 온천골 국밥집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식사 후 개인 낭송 겸 휴식을 취한 후 2시 남짓하여 2차 리허설에 들어갔다. 1차 리허설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이 해결되면서 진행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5. 3시 좀 지나 2차 리허설도 종료되고, 안내 데스크를 마련하는 등 손님 맞을 채비를 하였다. 회장님 부군께서 영상 촬영을 위해 도착하셨다. 따님 두 분은 방송 보조에 온 가족이 총출동하게 되었다. 평소 서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가운데 쌓아놓은 가정의 내공이 이러한 날 힘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랴. 또한 쾌율님의 두 아드님도 조명을 담당하여 책임감 있게 임무 수행을 하는 모습이 늠름하였다.

340분경이 되자 내빈과 입장객들이 도착하기 시작하였으며, 1부 및 2부 출연자들이 긴장감을 감추며 핀 마이크를 부착하고 진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6. 드디어 45.

최주혁 연주가의 청아한, ‘모닝곡 대금연주로 막을 열었다. 회장님의 많은 내빈 소개가 끝나고 인사 말씀이 이어졌다. 올해 제4회 콘서트는 광복 71주년 기념으로 로 새기는 우리 현대사를 시의 축제, 낭송의 퍼포먼스 페스티발을 열고자 한다는 점을 밝혔다.

 

암전이 된 상황에서 일제 강점기를 다룬 1잃어버린 시간의 서막은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이은 윤극영의 반달노래로 열렸다. 흰 두루마기 차림의 청학님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출연자들을 이끌어 가는 원형 행진이 끝나자, 미성님과 청학님이 첫 번째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또렷하고 차분하게 관객들의 귓전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김정남, 조미경, 김순식님이 뒤를 이어 광야(이육사)’, ‘그 날이 오면(심훈)’, ‘참회록(윤동주’) 낭송이 낭랑하게 실내를 울렸다. 홍경님의 말씀대로 제1부 순서가 아주 성공적으로 출발함으로써 뒷 순서에 큰 힘을 북돋워주었다 할 것이다.

 

다시 암전. 광복은 되었건만 남북 분단, 6.25 전쟁, 그리고 이산으로 얼룩진 시대의 비극을 조명하는 2는 굵직하고 장중하게 청중을 압도한 테너 이광호님의 가곡 비목연주로 막을 열었다.

부회장님의 저렁저렁 울리는 청산도낭송을 따라 천으로 된 흰 줄을 이어 든 청림, 회장님, 자문위원님이 무대에 올라 빙글빙글 두 바퀴를 돌며 흰 줄을 회장님 몸에 감기 시작했다. 이어 자문위원님의 노천명의 망향이 낭송되는 동안 회장님을 죄우로 1, 대각선으로 1번 끌어 당긴 후 줄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정리 동작을 마무리하였다. 세 번째로 청림님의 적군 묘지 앞에서(구상)’가 낭송 중 회장님의 몸에 감긴 흰 줄을 다시 처음과 같이 풀어내었다.

이어 회장님이 준비한 별도의 짧은 천을 휘날리며 사뿐사뿐 무대를 집중시키는 살풀이 춤이 시작되었다. ‘돌아설 듯 날아가는동작이 어쩌면 조지훈의 승무를 연상케 하는 듯한 춤사위에 청중들은 완전 매료되었다. 금번 이 살풀이춤을 선보임으로써 시와 노래와 무용을 석권하는 회장님의 종합예술가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끝으로 회장님의 절실한 호소력에 실린 임진강가에서(정호승)’ 낭송으로 제 2부가 마무리되었다.

 

살풀이춤 한 판으로 암울한 시대를 날려버리고, 경제 개발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위대한 대한민국 재건시대인 3부 격동의 세월은 쾌율님의 고운 목소리에 실린 아침 이슬노래로 밝게 열리기 시작하였다. 시대 기운을 반영한 희망가를 통하여 김명자님은 눈보라 속에서

도 매화는 꽃망울 튼다.’고 읊었고, 국가 재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이 시대 노동자들의 애환은 홍경님의 가난한 사랑 노래에 담겨 청중들에게 유감없이 전해졌다. 이어 필요악이라고도 평가되는 개발 독재 시대를 나약하게 살며 번민하는 지식인의 양심 고백과도 같은 시, ‘어느 대나무의 고백을 오쾌 국장님 특유의 호소력 있는 톤으로 낭독, 청중들의 가슴을 울렸다.

사족(蛇足)을 붙인다면 이 국가 재건 시대를 긍정적으로 대변하는 노래로는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 조국-----’으로 시작하는 조국 찬가도 채택될 수 있을 것이다.

4지구가 하나로1980년대 스포츠 부흥 시대를 대변하고, 또한 6.10민주화 항쟁과 6.29선언 이후의 자율화 물결을 표현하고자 했다.

암전 상태에서 모든 출연자들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죽었니, 살았니?”라는 추억어린 대사를 3부팀의 세 분과 주고 받다가 살았다!‘를 크케 소리치며 집중 노출 조명을 따라 무대를 생기 있게 한 바퀴 돌았다. 조명이 밝아지는 가운데 손에 손 잡고노래를 부르며 퍼포먼스를 병행하였다. 또한 두발, 교복 자율화와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이 열린다는 시대 상황을 담은 퍼포먼스가 풋풋한 미시 4인방의 발랄한 연기로 상큼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편영미, 이귀숙 님은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낭송을 통하여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할 나라를 염원하였으며, 이복희, 장수경 님의 그 눈부심 불기둥이 되어(허영자)’ 낭송으로 흰 옷 입고 달려온, 그리고 또 달려갈 배달겨레의 반만 년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축원 및 소망을 깜직한 퍼포먼스를 곁들어 선보이며 제4부를 마감하였다.

 

5는 우리의 소원인 통일의 시대를 염원하며 기다리는 마음, 견디는 자세를 담고자 했다. 다시 한 번 테너 이광호님의 묵직한 목소리로 그리운 금강산의 선율이 실내를 우렁차게 울리며 시작되었다. 김계순 님은 별리 상황에 대한 따스한 긍정적 시선을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에 실어 전하였고, 이권주님은 그 강에 가고 싶다.(김용택)’를 통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하여 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 일이라 한 것처럼, 어쩌면 만나지 못한다 해도 굳이 애를 태우지 않는 달관한 마음을 표출하였다. 신동선 님은 또 기다리는 편지에 실어 기다림의 행복을 노래하며, 수필 낭독으로 분위기를 이어 주었다.

5부의 대미는 이일배, 장수경 님의 수필 기다림에 대하여낭송을 통하여 장식되었다. 이 수필은 기다림의 행복을 그린 작품의 완결판이라 할 것이다. 어떤 대상을 마음 졸이며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간결체로 구성된 문장이 낭송하기에 좋은 시수필의 한 예라고 하겠다. 두 분의 찰떡궁합 낭송으로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하였다.

 

 드디어 출연진 모두가 마치는 노래, ‘고향의 봄을 부르며 무대에 올랐다. 우리 모두 19엽 낭송화가 되어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거듭된 연습을 마다하지 않고 영광의 순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온 기다림의 승화였다.

내빈과 출연자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서 제4회 콘서트는 종료되었다

 

마무리  

흔히 어떤 일을 추진하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얻고, 모으는 일이 어려운 것이라 한다. 역으로 말하면 그것이 이루어지면 큰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일 터이다. 오늘의 행사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것인 바, 그 덕은 지도부의 정성과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회장님과 사무국장님이 매주 목요일마다 교회에서, 도서관에서 저마다 사정이 다른 회원님들을 기다려서 성의껏 가르치기를 무려 몇 회였을까. 해마루중 야외 문화 공간 해뜨락과 시청각실, 그리고 해마루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함께 단련하기를 또 몇 번이었던가. 또 콘서트 당일만 해도 두 번 연습 후 3번째 실전에 드는 것과 같은 치밀한 Q시트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지도부의 연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울러 19엽 낭송화가 아름다움을 더하게 된 것은 회원님들 모두가 참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참 좋은 사람들끼리의 시낭송 식도락 클럽이 효과적이라는 사례를 배운 적이 있다. 그리고 통신 기술이 너무나 발달하여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집에서 배울 수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가 굳이 학습 모임에 나가는 것은 우리의 뇌가 다른 뇌와 서로 공명할 때, 서로 대화할 때 더 잘 배우기 때문이라는 것도.

우리 낭송가협회가 이러한 전통을 이어갈 때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구 미 낭 송 가 협 회
글쓴이 : 이청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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