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동기네 시골집에 모처럼 부부들끼리 모여서 가을 저녁을 즐기다가 돌아왔다.
지난 4월부터 고향 부근에 1500 평 정도의 농지를 구입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정태란 친구,
콘테이너로 6평짜리 농막을 짓고 거기에 줄곳 거처하면서 지은 농사의 내용이 예사가 아니었다.
오지랖이 넓은 순균이는 지난 7월 이곳을 찾은 이후, 감동된 바가 컸는지 세 번째 방문을 하면서
이번엔 우리 부부를 불렀던 것이다. 꼭 와야 한다면서 닥달하니 어찌 내가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내는 여러 사정상 함께할 수 없었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나만 홀로 참석했다.
오후 늦게 출발, 임고 금대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깜깜해졌고, 농막에서는 벌써
순균이가 연주하는 섹소폰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를 환영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1년 전부터 시작한 섹소폰 공부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니 앞으로는 더욱 귀한 소리가 될 것이다.
연주하는 모습도 날이갈수록 카리스마가 넘친다.
근무하는 학교의 전교생을 모아놓고 연주하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글로벌 시범학교라서 전 교사가 영어를 쓰도록 되어 있고, 교감 본인도
학생들 앞에서 영어로 연설을 한 적이 있다면서 몇 마디 영어를 들려주었다.^^
원어에 가까운 발음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고나 할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늘 감동임을 고백하고 싶다.
트로트풍의 노래 100곡 정도를 무난히 소화하고 있는 우리 친구 순균이,
폐활량이 워낙 많아서 웬만한 것은 쉬지 않고도 끝까지 연주해 낼 수 있단다.
나이가 들면서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친구는
어느 날 실행에 옮겼고, 벌써 1년 동안 열심히 익혔고 연주 봉사까지 나간다고 하니 놀랍다.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입으로 부는 악기보다는 현악기 중의 하나인 기타를 배우고 싶다.
여러 사람들과 노래할 때 반주 정도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정도라면 바랄 게 없다.
입으로 부는 악기를 꼭 선택하라면 오카리나란 악기를 다루고 싶은 욕심도 있다.
순균이는 수십 곡의 섹소폰 연주를 마치고 정태가 건네는 하모니카를 부여잡더니
반주를 겸비한 차원높은 연주가 멋지게 이어지면서 감동의 도가니를 만들고 있었다.
환한 웃음의 부인도 밤하늘의 달님도 그 솜씨에 감동을 받고는 더욱더 환해지는 것 같았다.
열심히 듣고 있던 우리들도 환호하면서 가을밤의 분위기와 정취에 맘껏 취해 버렸다.
바깥에만 있기에는 밤날씨가 쌀쌀했다. 농막 안으로 들어와 바닥을 따스하게 한 뒤,
앉아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호젓한 분위기에 밤이 이슥도록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태는 아내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나도 따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회장님은 일 주일에 두 번씩은 시골로 내려와서 남편을 돕는다고 한다.
정태는 온갖 작물을 다 키우면서 겪게되는 어려움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되도록이면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농사를 짓다보면 풀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손이 많이 망가졌다면서 거칠어진 손을 나에게 보여주는데 농군의 손임에 틀림없었다.
가까운 개천이나 강에서 고기잡는 것도 좋아해서 툭하면 고기를 많이 잡아 와 요리도 잘 한단다.
실제로 그날 저녁 정태는 잡아온 꺽지나 메기새끼, 버들치 등을 맛있게 구워서 도리뱅뱅이를 만들어 주었고
올갱이 무침이라면서 직접 잡은 골뱅이를 삶아 그 속을 빼내어 여러 야채를 넣고 버무려내기도 했다.
골뱅이 삶은 국물은 산삼주보다도 더 좋다면서 컵에 한 가득 따라주면서 마시게 했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보게 돼서 반가웠고, 후한 대접에 얼마나 고마웠는지....
다음에 만날 때는 나도 아내와 함께 들를게. 농사에 대한 좋은 정보도 건네 주게나.^^
순균이 부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남편 따로 아내 따로가 아니라
무엇이든 함께하고자 하는 순균의 마음, 숙희씨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최근 몇 년간에 가까웠던 사람들의 죽음을 맞으면서 느꼈던 공허감이 언제부터인가
가족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승화되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계족산 황톳길 (0) | 2014.10.27 |
---|---|
진주 남강 유등축제 현장 (0) | 2014.10.10 |
수필가 산골짝님이 계신 곳(상주 화북) (0) | 2014.09.22 |
김천 직지사 일대에서 처갓집 식구들과 (3) | 2014.09.22 |
2014 경북 과학 축전에 잠깐 들러서 (0) | 2014.09.22 |